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려던 계획을 없던일로 하기로 했다.
한국문인협회는 8일 ‘육당문학상ㆍ춘원문학상 제정 철회’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다는 순수한 차원에서 이 상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문단 안팎에서 그들의 문학적 성과보다는 친일 문제를 중점 부각함으로써 이 상의 기본 취지가 크게 손상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효치 문인협회 이사장은 “일단 (문학상)시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고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제정안을 정식 철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인협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하고 내년부터 우수 작품활동을 한 문인에게 시상하기로 했다. 문 이사장은 “내년이 한국 현대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춘원의 ‘무정’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육당과 춘원의 친일 행적은 냉정하게 비판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작품까지 사장시키는 것은 한국 문학 전체의 손실”이라고 상 제정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학계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역사ㆍ사회단체인 역사정의실천연대는 4일 문인협회가 있는 서울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협이 1939년 설립된 친일문학단체 조선문인협회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면 친일문학상 제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이 상 제정을 비판했다. 육당과 춘원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한 민족문제연구소도 “춘원과 육당은 온 민족의 신뢰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해준 하늘이 준 재능을 민족 반역의 길에 내다버렸다”면서 “그런 점에서 후세는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인협회 관계자는 “문학상 본연의 목적과는 관계없이 육당과 춘원의 친일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비화하는 상황이라면 굳이 이 상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도 “문인협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자발적으로 중대 결단을 내린 만큼 모든 문인이 이 상에 따른 논란에서 벗어나 더 화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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