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인종ㆍ종교ㆍ여성차별 등 각종 분열적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급기야 “트럼프 정신 상태에 대해 정밀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최근 ‘무슬림 비하’ 발언과 이를 비판한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에 대한 지지 거부 논란 이후 트럼프의 정신상태가 대선의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MSNBC방송 앵커 조 스카버러는 최근 방송에서 트럼프의 좌충우돌 언행을 비판하면서 “트럼프는 과연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인가?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영향력이 큰 유명 방송의 앵커가 공식 방송에서 트럼프의 정신 문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한 민주당원은 지난 3일 트럼프가 자기도취증 인격장애를 앓고 있을 수 있다며 정신감정 의뢰를 촉구하는 공식 온라인 청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2만5,000명이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트럼프의 정신상태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자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회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대선 후보의 정신 문제와 관련 일절 언급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APA는 “4년마다 미국이 대선을 치르지만, 올해는 결코 정상적인 것 같지 않다. 때로는 상대를 향한 노골적 독설로 변질되기도 한다”면서 “일부 회원들은 대선 후보의 정신상태를 분석하고 싶어 할 텐데 그렇게 하는 것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골드워터 규칙’(Goldwater Rule)을 깨는 것은 무책임하고 낙인을 찍는 것이며 명백히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골드워터 규칙은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정신감정 없이는 함부로 개인의 정신상태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한 미 정신의학회의 내부 규정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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