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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고등어구이와 자궁경부암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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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고등어구이와 자궁경부암 백신

입력
2016.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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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재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재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난 5월 환경부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의 30배로 늘어난다며 고등어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했다. 환경부는 반발이 거세지자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하루 만에 발표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미 업계는 치명타를 입어 고등어 판매는 급락했고 관련 음식점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 사태를 보며 우리나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본의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이슈가 떠올랐다. 일본에서는 2013년 단체 접종한 10대 여학생 몇몇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기립성빈맥증후군(POTS)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도됐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접종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궁경부암 백신 권고안을 통해 백신 안전성에 대해 우수한 프로파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유럽의약청(EMA)도 CRPS, POTS 유병률 모두 일반적인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발표했다. 자궁경부암 백신과 이상반응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자궁경부암으로 지난 5년간(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1~2015년) 매년 5만 명 이상 진료를 받았으며, 30세 미만은 2,000명이 넘었다. 따라서 전체 암 진료인원 중 자궁경부암 비중은 7.0%(2015년 기준)로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20~30대에서 연령구간별 점유율은 전체 암 진료인원 중 자궁경부암 비중이 10% 이상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20~30대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률 증가는 낮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20일 2003~2004년생 여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 접종 후 정상생활이 어려워졌다는 등 이상 반응사례가 퍼져 혼란과 불안을 유발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접종과 정기검진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면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고, 많이 진행되면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 20~30대에 자궁을 잃으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다. 따라서 국가예방접종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도입해 10대 여자 어린이에게 무료 접종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괴담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되기 전, 어릴수록 예방효과가 높아 무료 접종 대상이라면 예방접종이 더 권장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중년 여성접종까지 권고하고 있다. 고등어 구이를 미세먼지 주범으로 오인해 고등어를 외면했던 것처럼 우리 딸아이가 자궁경부암이라는 치명적인 여성암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궁경부암 백신을 올바르게 선택하도록 정부와 학계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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