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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비겨도 되는 경기는 없다

입력
2016.08.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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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는 ‘비겨도 되는 경기’다.

무승부만 해도 된다는 생각에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하다가 결국 패해 쓴잔을 마신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스리백(중앙 수비가 3명으로, 중앙 수비가 2명인 포백에 비해 수비에 치중하는 포메이션)으로 맞서거나 상대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후방으로 내려서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 하면 주도권을 뺏겨 90분 내내 고전하다가 실점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 축구라는 게 ‘두드리면 언젠가 열리기 마련’이다.

감독이 “수비적으로 플레이하지 말라”고 지시를 해도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실점을 의식해 저도 모르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다. 경기 전 벤치에서 강하게 주문하고, 반드시 정확하게 지시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독일전을 마친 뒤 “멕시코전 무승부는 없다” “비긴다고 생각하면 1분을 남기고도 질 수 있다. 절대 비기려고 하면 안 된다” “선수들과의 미팅에서도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조 1위로 8강에 오르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대로 생각하면 비겨도 되는 한국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멕시코가 실점에 대한 부담은 더 크다. 멕시코는 1골을 내주면 무조건 2골을 넣어야 한다. 멕시코가 무작정 공격적으로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이 점을 역이용해야 한다. 전반 시작부터 악착같이 압박해 ‘한국이 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멕시코 선수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회 전부터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됐던 수비 조직력도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석현준이 역전골을 넣은 뒤 손흥민(오른쪽)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석현준이 역전골을 넣은 뒤 손흥민(오른쪽)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비수는 공격수에 비해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 완전무결한 수비란 없다. 상대의 득점 확률을 최대한 떨어뜨리는 게 좋은 수비다. 독일전의 첫 번째 실점은 상대가 치고 들어올 때 수비수 이슬찬이 바깥쪽을 막고 미드필더가 내려와 안쪽을 막아주는 커버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그게 쉽지 않았다면 이슬찬이 안쪽을 완벽히 봉쇄하고 대신 상대를 사이드로 몰아 크로스를 올릴 수밖에 없도록 해야 했다. 두 번째 실점은 수비 숫자가 훨씬 많은 상황이었는데도 서로 자기 자리만 지키며 미루다 결국 슛을 허용했다. 누군가 자리를 지키더라도 다른 선수는 앞으로 나가 상대를 방어해야 했다. 두 실점 모두 협력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멕시코전을 앞둔 선수들이 요한 크루이프가 남긴 유명한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좋겠다.

‘나의 팀에서 골키퍼는 첫 번째 공격수이고 골잡이는 첫 번째 수비수다.’

<성균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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