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은 검과 경기 방식에 따라 플뢰레, 사브르, 에페 3개 종목으로 나뉜다. 종목마다 사용하는 검이 다르고 공격할 수 있는 부위도 차이가 있다.
플뢰레용 검은 길이 110㎝ 이하, 무게 500g 이하여야 한다. 검의 단면은 사각형이다. 플뢰레는 찌르기 공격만 허용하며 얼굴과 팔을 제외한 상체가 득점 유효 부위이다. ‘공격 우선권’이라는 룰이 있어 심판의 시작 선언 후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 우선권이 주어지고 공격 우선권을 가진 선수의 득점만 인정한다.
사브르는 머리와 팔을 포함해 모든 상반신에 공격할 수 있다. 찌르기와 베기 공격 모두 허용된다. 따라서 다른 종목에 비해 점수가 빨리 나는 편이다. 사브르는 플뢰레와 마찬가지로 공격 우선권을 적용한다. 사브르에서 사용되는 검은 500g, 105㎝ 이내고 검의 단면은 삼각형이다.
박상영이 금메달을 딴 에페 종목은 검의 무게가 770g 이내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검의 단면은 삼각형에 길이는 110㎝ 이하여야 한다. 에페는 펜싱에서 유일하게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는 종목으로, 공격 우선권이 없어 두 선수가 동시에 찌르면 모두 점수가 올라간다.
에페 경기 규칙을 이해하면 박상영이 따낸 금메달이 얼마나 기적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에페 개인전은 3분 3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리하는 방법은 2가지다. 총 9분 동안 15점을 얻었을 경우나 규정 시간이 끝났을 때 상대보다 점수가 앞서고 있을 경우다. 이날 결승전에서 박상영은 10-14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1점만 더 내주면 시간이 아무리 많이 남아 있어도 역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상대의 공격은 무조건 막고 자신만 5점을 연속해서 따야 하는 희박한 확률이었다. 더 악조건은 에페는 두 선수의 공격에 동시타를 인정한다. 먼저 공격에 성공한 쪽만 점수가 올라가는 플뢰레나 사브르와 달리 에페는 서로 동시에 공격했을 경우엔 양쪽 모두 득점을 인정한다.
박상영 입장에서는 무조건 공격만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없었다. 규정 시간 안에 서둘러 점수 차를 좁히려면 공격에 집중해야 하는데, 단 1점이라도 잃으면 안 되니 수비 역시 신경을 써야 했다. 에페는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보니 막아야 하는 범위도 넓다. 그래서 이날 박상영이 10-14의 점수를 15-14로 뒤집은 것은 기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만약 박상영의 경기를 TV드라마 각본으로 짰다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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