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부산지역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들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과 관련해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을 징계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대로라면 특별조사단이 징계를 의뢰한 17명 가운데 해당 경찰서 소속 11명을 제외한 나머지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고위간부 6명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된다. 지휘 라인은 쏙 빠진 채 사건의 책임을 고스란히 실무진에게 떠넘긴 셈이다.
애초 이번 사건은 경찰관의 여고생 농락 못지않게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더 충격적이었다. 사건을 몰랐다고 강변한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모두 거짓말을 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이런 조직적 은폐와 안이한 대처로 가해 경찰관들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슬그머니 사표를 내고 퇴직금까지 수령해 갔다. 그나마 한 전직 경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사건을 폭로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묻힐 뻔했다. 그런데도 은폐와 보고 누락에 가담한 경찰청과 부산경찰청 간부들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이 면죄부의 사유로 시민감찰위원회의 권고안을 앞세운 것부터가 떳떳하지 못하다. 경찰 고위 간부 비리 사건 등에 의견을 내는 외부 자문기구인 시민감찰위의 권고를 수용했을 뿐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시민감찰위는 자체 조사권이 없어 특조단의 감찰 결과만을 토대로 권고안을 내 경찰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평소 시민감찰위의 권고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경찰이 굳이 이 사건에 대해서만 솜방망이 징계 권고안을 받아들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부산청장이 유일한 대구ㆍ경북(TK)출신이어서 차차기 경찰청장으로 가는 요직에 보내려는 ‘셀프 면죄부’라는 얘기가 경찰 내부에서조차 나올 정도니 설득력이 있을 리 없다.
경찰 고위간부 봐 주기의 근거가 된 특조단 조사부터 부실하다. 의혹의 핵심인 강신명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해서 별다른 조사도 않고 보고를 못 받아 책임이 없다고 버젓이 면죄부를 줬다. 경찰 조직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수뇌부가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 조직의 기능 마비에 대한 책임은 더 엄중하게 물어야 마땅한데도 그냥 넘겼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잘못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경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찰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독립도 요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경찰 조직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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