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91) 선생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출범했다면서 이 날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청와대로 독립유공자ㆍ유가족과 애국지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다.
김 선생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건국 선포를 무시하고 이승만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정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불렀다.
참석자 대표로 인사말을 한 김 선생은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 부합되지도 않고 역사 왜곡이고 또 역사의 단절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왜 우리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면서 독립투쟁을 과소 평가하고 국란 때 나라를 되찾으려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의 쓰라리고 아팠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오늘과 내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감히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대통령은 “광복 71주년을 맞아 여러분을 청와대로 모시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인사말을 이어갔을 뿐, 김 선생의 지적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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