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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후배들아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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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후배들아 뭣이 중헌디?

입력
2016.08.1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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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시간) 2016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한국이 온두라스에 1:0으로 석패했다. 한국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4일 (한국시간) 2016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한국이 온두라스에 1:0으로 석패했다. 한국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선수들이 온두라스에 지고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찡하다. 수많은 기회를 만들며 경기를 잘 하고도 이렇게 패하면 참 허무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생각난다. 리우 올림픽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3위) 성적이 너무 좋아 이번 올림픽 대표팀이 큰 부담을 안은 것처럼 당시에도 직전 대회(2002년 한일월드컵 4강) 결과가 눈부셔 독일월드컵 대표팀을 향한 기대치가 하늘을 찔렀다. 1차전에서 토고에 역전승을 거두고 2차전에서 우승후보 프랑스와 비기며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우리는 최종전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결국 0-2로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끼리 참 많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독일월드컵 당시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 수비수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와 붙어보니 그들의 높이와 힘은 대단했다. 유럽 선수들과 경기해 본 경험이 적은 동료들은 훨씬 더 힘겨워했다. 하지만 4년 뒤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분명 더 성장해있었고 결국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월드컵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부단히 노력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한 선수도 분명 있었다. 나만 해도 소속 팀으로 돌아간 후 스위스전을 되새기며 어떻게 하면 거구의 수비수들을 무력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온두라스전을 보니 우리 선수들의 몸은 멕시코와 조별리그 3차전 때보다 훨씬 가벼웠다. 자신감도 넘쳤다.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특히 패하면 탈락인 토너먼트에서 한국이 상대를 압도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온두라스에 패한 뒤 선수들도 각자 느낀 게 많을 것이다.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은 선수도 있었을 거라 본다.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힘에서 밀려 몸을 사리거나 상대가 강하게 압박을 들어오면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아예 몸싸움을 회피하는 선수도 보였다. 온두라스전에선 선제골을 내준 뒤 시간이 충분히 남았는데도 초초한 탓에 성급한 플레이를 해 리듬을 잃어버린 선수도 눈에 띄었다. 이런 게 다 뼈아픈 패배를 통해 얻은 값비싼 경험이다. 앞으로 분명히 비슷한 상황이 닥친다. 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로 나뉘고, 둘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질 것이다. 오늘의 패배를 교훈 삼아 내일은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후배들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점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성균관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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