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마누엘ㆍ체조 바일스
‘백인 종목’ 편견 깨고 금메달
“흑인 소녀의 마법” SNS 스타로
클린턴도 “용기있는 선수” 극찬
인종차별로 흑인의 접근이 제한됐던 종목에서 흑인여성 두 명이 금메달을 따내자 미국사회가 열광하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기계체조 국가대표 시몬 바일스(19)와 여자수영 자유형 100m 공동 금메달리스트 시몬 마누엘(20). 이들은 그간 대표팀 구성이 백인 일색이던 두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CNN이 보도했다.
시몬 마누엘은 지난 12일 열린 여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캐나다의 페니 올레크시아크(16)와 52초 70으로 공동 우승 했다. 올림픽 수영에서 흑인 여자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마누엘이 처음이다.
미국인들이 수영을 즐기기 시작한 건 1920년대부터이지만 이는 오로지 백인에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인종차별로 인해 흑인들의 수영장 및 해변 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1964년에는 흑인 출입 제한 철폐를 주장하며 수영장에서 시위를 한 흑인 민권운동가들에게 수영장 주인이 염산을 뿌리기도 했다.
그 후 52년이 지나서야 마누엘이 미국 대표로 출전해 물속에선 피부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시몬 바일스의 성공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여성 기계체조는 1928년부터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됐지만 흑인들이 이 종목에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체조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는 인종적 편견으로 흑인의 체조 진출이 꺼려져 왔다.
이런 편견은 단지 미국만의 것은 아니다. 2013년 바일스가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흑인 선수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자 경쟁자였던 이탈리아 선수 카를로타 페를리토는 “다음번엔 우리도 피부를 검게 칠하고 나오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올해 첫 올림픽에 출전한 바일스가 개인종합에서 62.198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훌륭한 연기를 펼치자 그를 향한 비난은 사라졌다. 어머니가 알코올 및 마약중독에 빠져 3세 때부터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바일스의 불우한 어린시절 이야기가 공개되면서 그의 도전은 미국 사회의 응원을 받고 있다. 바일스 역시 이를 의식하듯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두 여성의 도전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흑인소녀의 마법(#BlackGirlMagic)’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 등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들에게 총을 발사해 사살하는 등 인종차별에 논란이 계속되면서 홍역을 겪은 미국 사회에 편견을 딛고 당당하게 우승한 두 금메달리스트가 영감을 준다는 평가다. 미국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역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 금메달을 딴 바일스야말로 미국인 다운 용기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여전히 인종적 장벽과 차별, 편견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마누엘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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