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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곡선의 미학 뽐낸 티뷰론, 도요타 콧대를 꺾다

입력
2016.08.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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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로 스포츠 쿠페 시장을 탐색한 현대자동차는 1996년 드디어 본격적인 스포츠 쿠페를 선보였다. 프로젝트명 ‘J.COUPE’로 개발한 ‘티뷰론’(사진)이다. 스페인어로 상어를 뜻한다.

그 전에 살펴봐야 할 게 있다. 현대차의 콘셉트카 ‘HCD’다. 현대차는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HCD-1을 공개했다.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만든 콘셉트카 1호라는 의미다. 2인승인 HCD-1은 과감한 근육질 차체로 기존의 현대차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혜성처럼 나타난 HCD-1은 그 해 디트로이트모터쇼 최우수 콘셉트카로 선정됐다.

이후 HCD 시리즈는 현대차 디자인 독립의 키워드로 자리매김한다. 콘셉트카인 HCD의 디자인 유전자(DNA)가 양산차인 티뷰론, 아반떼에 이식되며 비로소 현대차는 독립적인 디자인 역량을 갖춘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현대차가 1993년에 선보인 콘셉트카 HCD-2를 다듬어 양산차에 처음 적용한 게 바로 티뷰론이었다.

티뷰론은 HCD-1이나 HCD-2와 많이 닮았다. 차체의 형태, 근육질의 굴곡진 보닛과 전조등은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현대차는 티뷰론에 이르러 직선과 각을 벗어나 곡선과 곡면이 주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판을 마음대로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이런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는 1997년 티뷰론과 도요타 ‘셀리카’를 비교하면서 “한국차는 결코 셀리카의 곡선을 흉내내지 못할 것이라는 일본의 자만을 티뷰론이 꺾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의 디자인이 진일보하는 변곡점이 된 티뷰론은 1992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4년 동안 1,200억원이 투입됐다. 개발을 지시한 정몽규 당시 현대차 전무는 1996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티뷰론을 처음 공개하며 “우리도 이런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티뷰론은 제네바 모터쇼 한달 후인 1996년 4월 26일 국내에서 출시됐다. 가격은 기본형이 1,210만원, 고급형이 1,350만원이었다. 알파엔진에 이어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DOHC 2.0 베타 엔진을 올려 150마력의 힘을 냈고, 서스펜션은 포르쉐와 공동개발해 비교적 단단한 하체를 확보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0㎞였고, 출발 뒤 9.2초 만에 시속 100㎞를 돌파하는 가속 성능은 지금 보면 부족하지만 당시로선 스포츠카의 면모를 갖춘 차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티뷰론은 유럽과 미국의 배출가스 테스트와 충돌테스트를 마치는 등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다. 판매도 내수보다 수출실적이 월등히 높았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 국내에서 3만4,056대가 팔렸고, 23만3,336대가 수출됐다. 수출 전략차의 소임을 충실하게 해낸 효자 차종인 셈이다.

첫 국산 스포츠카로 태어난 티뷰론은 2001년 9월 후속 차종 ‘투스카니’에게 바통을 넘기고 단종됐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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