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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나서면 ‘카페인 홍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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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나서면 ‘카페인 홍수’인데…

입력
2016.08.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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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고생 20% “하루 3개 마셔”

‘카페인 폭탄’ 화제된 커피우유

237㎎ 함유돼 섭취권고량 넘어

“성장기에 남용땐 부정맥 유발”

2.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 행정”

편의점 등 구매하기 어렵지 않아

광고 금지한다는 오후 5~7시

청소년 TV 이용률 낮은 시간대

서울의 한 고교생 류성지(16)양은 커피우유를 입에 달고 산다. 오전 등굣길에는 늘 학교 앞 편의점에서 아침 대용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커피에몽(커피우유)’을 산 뒤 학교로 향한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학원 수업에서도 커피우유는 필수다. 류양은 15일 “커피우유는 포만감이 느껴지고 잠을 쫓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라며 “에너지음료와 달리 자극적이지도 않아 시험기간에는 하루에 4,5개씩 마신다”고 말했 다. 하지만 류양이 즐겨 먹는 해당 커피우유(용량 250㎖)에는 카페인이 85㎎ 함유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장하는 어린이ㆍ청소년(몸무게 50㎏ 기준) 일일 카페인 섭취권고량은 125㎎. 하루 평균 커피 우유를 3개 이상 마시는 류양은 권장량보다 두 배 이상 카페인을 섭취하는 셈이다.

식약처도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가 과다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20일 커피우유, 아이스크림 등 고카페인 유제품 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의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부터 시판되는 카페인 유제품 100여 개는 오후 5~7시 TV 및 라디오 광고가 금지된다. 그러나 정작 소비 현장에서는 청소년의 카페인제품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해 탁상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카페인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식약처가 중고생 2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1%가 하루 2,3회씩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에는 에너지음료에 비타민이나 커피가루, 이온음료 등을 섞어 만든 ‘붕붕 드링크’란 이름의 각성제가 졸음해소 음료로 오인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청소년기 카페인 과다섭취는 성장발달을 막는다. 카페인이 칼슘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장기에 일정량 이상 카페인이 체내에 쌓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할 경우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며 “카페인이 들어 있는 모든 음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광고를 제한해 카페인 섭취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 시내 초ㆍ중ㆍ고교 10여곳 인근 편의점과 마트를 둘러보니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를 구매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강남구 A고에서 5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편의점 냉장코너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브랜드 커피우유가 종류별로 진열돼 있었다. 특히 카페인 폭탄으로 화제가 된 스누피가 그려진 ‘더 진한 커피 담은 커피우유’는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8)씨는 “학생들 사이에 맛은 커피우유인데 효능은 에너지음료 못지 않다고 소문이 나 시험기간만 되면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초등학교 앞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마포구 B초등학교 맞은 편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는 몇몇 학생들이 모여 앉아 커피우유를 마시는 중이었다. 이다현(12)군은 “여태껏 초등학생이란 이유로 커피우유를 못 산 적은 없다”며 “겉포장에 귀여운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은 어린이들도 마시란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당국이 광고를 금지한 오후 시간대는 청소년들의 TVㆍ라디오 이용률이 낮아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높다. 학부모 김모(47)씨는 “오후 5시면 중ㆍ고교생들이 거의 학원에 있을 시간이고 광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훨씬 많이 접하는데 TV 광고만 안하면 카페인 섭취가 줄어든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TV광고 제한을 시작으로 제품 노출빈도를 점차 줄이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와 협조해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의 카페인 공포와 규제에 따른 기업의 반발을 절충하다 보니 저항이 적은 광고 제한 조치가 나왔다”며 “차라리 담배처럼 경고문구를 제품에 표기하는 등 청소년 스스로 고카페인의 유해성을 인식할 수 있게 유도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카페인 함류 음료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카페인 함류 음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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