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오찬서 朴대통령에 요청했지만
새 장관 후보자에 호남 인사 없고
함께 건의했던 ‘통큰 사면’도 안돼
이정현 “이번 개각 내가 건의하기 훨씬 전에 이뤄진 것”
野는 “시늉내기… 3無 개각” 혹평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단행한 3개 부처 개각(장관) 명단에 호남 인사가 빠지면서 ‘탕평ㆍ균형ㆍ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를 요청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머쓱해진 모양새다. 야권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교체되지 않은 것을 두고 ‘시늉내기 개각’, ‘3무 개각’이라고 혹평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지명한 3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출신지를 보면 조윤선 후보자(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김재수 후보자(농림축산식품부)는 경북 영양, 조경규 후보자(환경부)는 경남 진주로 호남 출신은 전무하다. 다만 4개 차관(급) 가운데 국무조정실 2차장에 내정된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유일하게 호남(전북 순창) 인사다.
앞서 이정현 대표는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신임 당 지도부 간 청와대 오찬에서 “개각은 인사권자인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지만 정치권의 건의를 드리자면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인사도 조금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요청했다. 호남 출신인 이 대표의 요청 이후 정치권에선 호남 출신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3가지 가운데, 전기세 누진제 개편을 제외한 통 큰 사면과 탕평 인사의 2가지는 사실상 거부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개각이 오늘 정도로 발표되려면 개각에 대한 검증은 훨씬 그 이전에 결정돼서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며 이번에 제가 (탕평 인사를) 건의 드린 게 받아들여졌다, 안 받아들여졌다고 이렇게 말하기는 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앞으로 탕평 인사 요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개각 목적이 실종된 개각”이라며 “국정 쇄신에 대한 국민 요구와 기대를 시늉내기 개각으로 비켜가려 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국정쇄신, 민심 수렴, 지역 탕평도 없는 3무 개각”이라며 “우병우 수석이나 박승춘 처장의 해임이 배제된 점은 국민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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