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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한국경제 새 패러다임 ‘공동창조’

입력
2016.08.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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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상품생산이 곧 가치창출일 수 없어

상품 차별화에는 소비자 참여 필요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로 고려해야

아이들은 정형화한 장난감에 쉽게 싫증을 낸다. 배터리가 닳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곧 흥미를 잃고 새로운 장난감을 원한다. 하지만 레고를 한 상자 주면 다르다. 아이들은 블록으로 상상의 동물과 건물 등을 만들며 몇 시간이고 빠져서 논다.

이런 원리는 상품경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었다. 회사는 상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힘썼다.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쏟아내면, 소비자는 진열돼 있으니까 산다는 식으로 그 중 하나를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양상이 지속돼 왔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최근 상품 생산이 소비자를 구매로 이끄는 만족이나 가치창출과 동일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상품을 사더라도 반드시 만족이 뒤따르는 건 아니다. 신발 두 켤레를 사도 한 켤레를 샀을 때에 비해 만족감이 두 배가 되지 않는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떠다니는 요즘엔 생산자가 자기 상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해 유별난 가치를 창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상품 간 차별성이 사라진 데 따른 경쟁 격화와 소비자의 영향력 확대는 생산자의 판매 마진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 판매 상품을 차별화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치 창출에는 상품의 기능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만, 그건 첫 단계에 불과하다. 정작 어떤 상품을 다른 상품과 차별화하는 건 그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경험과 가치 부여다. 따라서 소비자의 상품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상품 생산의 시작단계부터 디자인과 생산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공동창조(Co-creation)’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제품 디자인에 참여한다면, 그 제품 사용가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레고는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둠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장난감 회사로 성장했다.

웹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공동창조의 확산에 기여했다. 인터넷을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와의 관계망이 훨씬 용이해졌다. 좋은 생각은 순식간에 적용되어 새 상품에 반영될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참여로 출시된 새 상품은 그만큼 시장에서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이 소비자를 디자인과 제품생산에 참여시킨 사례는 다양하다. 청바지 메이커 레비 스트라우스는 웹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디자인 제안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수천 가지의 청바지 디자인을 제시했다. 나이키는 소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색상과 모양의 스니커 디자인을 제시하도록 했다.

최근 들어 공동창조는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말로 바뀌고 있다. 독일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남미시장에 새로운 광고를 시행했고, 그 결과 현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더 많은 제품을 판매했다.

레고는 공동창조를 넘어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자 경험의 감성적 측면에 주목하는 ‘사용자 경험(UX)’라는 용어를 최초로 고안했다. 사실 UX 개념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이미 1984년에 선구적으로 적용한 바 있다. 모든 경쟁사들이 정보처리 속도와 강력한 칩에 몰두해 있을 때, 그는 괴짜들과 음악가, 미술가들에게 물어 보다 멋진 디자인에 보통사람들이 쓰기 편한 컴퓨터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런 노력이 오늘날의 애플을 이뤘다.

다른 기업들도 UX에 따라 상품 혁명에 나서고 있다. 중국 가전사 하이얼은 뇌파로 조작되는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휴대폰과 사용자는 뇌파로 직접 대화하는 양상으로 진화할 것이다. 의료 부문에서도 뇌파로 인공팔을 작동시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공동창조와 UX는 소비자에게 좋은 사용경험을 준다.

한국은 지금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자동차나 철강 등 전통적 제조업으로는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공동창조야말로 한국경제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중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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