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휘문고 감독은 2-2로 맞선 5회초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 대회 휘문고 마운드를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2학년 에이스 안우진을 투입한 것.
이 감독은 경기 전 “결승전인만큼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선발로 내세운 이정원(2년)도 4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경기 중반 이후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었다. 안우진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연장 11회까지 7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4사구 2개 1실점으로 역투, 휘문고 우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그는 무려 105개의 공을 던지는 철완을 과시했다. 안우진은 이번 대회 5경기에 등판해 21⅔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하는 괴력을 뽐냈다. 평균자책점은 0.41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 4강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휘문고가 승승장구한 원동력이다.
안우진은 우승 후 눈물을 훔쳤다. 그는 “모두 같이 열심히 했는데 내가 MVP를 받을 줄 몰랐다. 계속 눈물이 나는 이유는 3학년 형들과 이제 함께 야구를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우승의 기쁨과 형들과의 작별,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을 드러냈다.
이내 눈물을 거둔 안우진은 “그래도 올해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해 기쁘다. 100개 가량 던져 마지막 이닝 때 힘들었는데 코치님이 (김)민규에게 맡기자고 해서 믿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결승까지 왔고 3학년 형들과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안우진의 롤모델은 2000년대 초중반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스. 안우진은 “마르티네스의 던지는 모습이 자신 있어 보이고 자기 공을 있는 힘껏 뿌리는 모습이 좋다”면서 “2학년으로 우승에 힘을 보태고 MVP까지 수상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내년에도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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