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해양 구조조정 초기에
柳 “기업ㆍ채권단이 할 일” 관망
전기료 누진제 논란에도
대안 없이 당정협의 참석만
“靑 경제ㆍ정책조정수석까지
행정 경험 부족해 미숙” 지적도
올 1월 취임 후 줄곧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벗지 못하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잇따르는 청와대의 독주와 일선 부처의 복지부동 악순환 과정에서도 전혀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마땅히 나서야 할 사안에조차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면서 오히려 국정 난맥상의 주역이란 비난까지 받을 정도다. 일각에선 행정 경험이 없는 학자ㆍ정치인 출신 일색인 현 경제팀 지도부의 구성 자체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올 상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였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부터 전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모두가 꺼리는 구조조정의 특성상, 행정부 최고위직이 앞장서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빗발쳤지만 그는 “기업과 채권단이 알아서 할 일”이란 명분으로 상당기간 관망 태도로 일관했다. 때문에 채권은행 담당 장관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한동안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떠맡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전기료 누진제 논란에서도 유 부총리는 보이지 않았다. 사태의 근원이 국가 에너지 정책과 맞닿아 있음에도 그는 이렇다 할 대안이나 입장을 내놓기는커녕, 고작 누진제 개편 관련 당정협의에 참석해 당의 입장을 듣는 수준에 머물렀다.
기재부가 1차 담당인 추가경정예산 국회 통과 추진 과정에서도 그는 “하루하루 속이 탄다”는 말뿐, 결국 야당 설득에 실패했고 ‘국가적 참사’에 비견되는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낙마 과정에서도 “답답하고 유감스럽다”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총리가 적극적이지 못하면 뒤따르는 공무원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의 핵심 라인인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ㆍ정책조정수석이 모두 행정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을 중용했던 과거 정권 말기와 달리 학자ㆍ정치인 출신으로 이뤄져 있는 점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조세연구원을 거친 재정학자, 강석훈 경제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역시 교수 출신으로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견제할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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