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국 배드민턴은 남자 복식의 세계랭킹 1위 이용대(28ㆍ삼성전기)-유연성(30ㆍ수원시청)이 8강 문턱을 못 넘은 데 이어 여자 복식 정경은(26ㆍKGC인삼공사)-신승찬(22ㆍ삼성전기)도 16일(한국시간) 일본과 4강전에서 마쓰모토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에게 0-2로 완패했다.
일본 배드민턴 사상 첫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는 마쓰모토-다카하시의 뒤에는 ‘배드민턴의 신’이라 불리는 한국인 감독 박주봉(52)이 있다. 12년 전만 해도 일본 배드민턴은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세계의 변방이었다. 일본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에 13명의 선수가 나서 12명이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일본은 대회 직후 박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2004년 11월 일본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참가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은 여자복식 1개 조가 4강에 진출했다.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후지이 미즈키-가키이와 레이카가 자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박 감독의 세 번째 대회인 리우올림픽에서 그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다. 마쓰모토-다카하시의 여자 복식 결승 진출뿐 아니라 여자 단식은 8강에서 자국선수들끼리 만나 무조건 한 명은 4강에 오른다.
박 감독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소속 팀의 입김에 따라 흔들리던 일본 배드민턴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특히 한국 태릉선수촌을 벤치마킹 해 대표팀 전문 훈련시설과 합숙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 감독의 지휘 아래 일본 대표팀은 올해 초에도 오키나와에서 하루 4시간 30분에 걸친 강훈을 소화했다. 또 대표팀 전담 코치제도를 관철시켜 경쟁력을 키웠다. 그 동안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일본 선수들의 체질 개선을 위해 큰 대회에 꾸준히 내보내 실전 감각과 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박 감독이 선수들과 허물없는 소통을 위해 통역 대신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힌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 최정상이었다. 고교 1학년 때인 1980년 처음 배드민턴 대표팀에 선발된 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고의 셔틀콕 스타로 활약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 복식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5회 우승 등에 빛나는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1997년부터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박 감독은 처음 배드민턴 종주국 영국으로 유학길을 떠났는데 영국은 체류 비용을 모두 지급해주는 파격 조건으로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다. 이후 박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세 번째로 맡은 일본마저 배드민턴 강국으로 탈바꿈시키며 지도자로도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박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 3월까지인데 이미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연장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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