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00만가구의 32%에 해당하는 708만2,000가구는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할인액이 한 달에 7,240~8,020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전국 2,200만가구의 지난달 전력 사용량을 기존 누진제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708만2,000가구가 기존 누진제 3단계에 해당하는 201~300킬로와트시(㎾h)의 전력을 사용했다. 누진제 6단계 중 3단계에 가장 많은 가구가 분포한 것이다. 또 4단계(301~400㎾h)에 두 번째로 많은 524만 가구(24%)가 포함했다. 과반수가 넘는 56%가 201~400㎾h를 사용한 셈이다. 특히 이들 가구는 최근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을 적용하더라도 1만6,000원이 안 되는 요금을 할인받게 된다. 정부는 가구별 요금이 평균 20%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할인액을 적용받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한시적 전기요금 개편안에 따르면 한달 전력을 201~250㎾h 사용한 가구는 누진 단계가 2단계로 내려간다. 이들 가구는 기존 누진제로는 요금 고지서에 최대 3만3,170원(부가세, 전력산업기반기금 포함)이 찍히지만, 개편안에 따라 8,020원을 할인받아 2만5,690원을 내면 된다. 251~300㎾h 사용 가구는 기존 누진제에선 요금이 최대 4만4,390원이지만, 7,240원 할인돼 3만7,150원을 내게 된다. 또 한달 전력을 301~350㎾ 쓴 가구는 3단계로 내려간다. 이들 가구는 기존 누진제를 적용하면 고지서에 찍히는 전기요금이 최대 6만2,900원이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1만5,060원이 경감된 4만7,840원을 내게 된다. 351~400㎾h를 쓴 가구는 기존 누진제론 요금이 최대 7만8,850원이지만, 개편안을 적용하면 1만2,500원 줄어 6만6,350원이 된다.
한전은 “사용량 301~400㎾h인 가구의 전기요금 규모가 6만~7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만원대 할인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30%가 넘는 가구의 할인액이 1만원도 안 되는데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찔끔 인하로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가구 중 납기일이 25일인 경우는 할인 혜택을 곧바로 적용받지도 못한다. 한전의 과금 시스템이 기존 누진제에 맞춰 설계돼 있어 개편안이 적용되지 못한 채 고지서가 발송됐기 때문이다. 납기일 25일인 가구에 대해선 다음달 나갈 이달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7월분 할인금액이 차감될 예정이다.
뒤이어 고지서를 받을 가구는 25일 납기일인 가구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을 수 있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 납기일은 25일과 말일, 다음달 5일과 10일, 15일, 20일 등 총 6차례다. 가장 먼저 고지서를 받은 납기일 25일 가구는 7월 한달 간 사용량에 대해 8월 1~5일 사이 검침이 이뤄져 15~18일 고지서가 발송됐다. 이들 가구는 7~9월 사용량에 대해 할인을 적용받다. 그러나 이후 납기일 가구들은 검침일에 따라 할인 적용 기간이 6월 15일~10월 11일 사이의 3개월로 제각각 달라진다. 7~9월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6월이나 10월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 전기를 덜 쓰게 돼 누진제 개편에 따른 할인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침 인력이 제한돼 있어 전국 동시 검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7~9월 앞뒤 열흘 정도만 적용받기 때문에 가구별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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