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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휘문고의 결승전 끝내기 취소 해프닝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수십년간 현장을 누빈 원로 야구인들도 “저런 장면은 평생 처음 봤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휘문고는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군산상고와 대회 결승전 연장 13회말에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김재경(3년)이 친 타구는 3루수 옆을 꿰뚫는 안타. 끝내기안타를 직감한 휘문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뛰쳐 나가 환호했고, 망연자실한 군산상고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때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축포를 터뜨린 휘문고 선수단 사이를 비집고 석수철 군산상고 감독이 뛰쳐나왔다. 석 감독은 홈으로 뛰어들던 휘문고 3루주자 최경호(3년)가 홈을 밟기 전에 세리머니를 하러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온 휘문고 선수와 접촉이 있었다며 끝내기 득점이 무효라고 심판에게 강력하게 주장했다. 주심과 선심이 모여 고민하는 사이 이미 중계 화면을 확인한 황석만 심판위원장까지 나왔고, 비디오 판독 결과 수비방해를 인정, 휘문고의 끝내기 득점과 우승을 일단‘취소’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같은 팀 주자와 코치가 접촉하게 될 경우 수비방해로 인정된다. 코치가 아닌 더그아웃에서 나온 선수였지만 플레이 중인 선수 외의 사람과 부딪힌 것이기에 판정번복은 옳았다. 코치와 선수의 접촉으로 인한 수비방해 판정은 간혹 있었지만 선수와 선수, 그것도 결승전 끝내기 득점이 보류되는 이런 황당한 경우는 아마추어야구와 프로야구를 망라하고 전례 없는 희대의 해프닝이었다. 경기를 중계한 구경백 IB SPORTS 해설위원은 “할 말이 없다.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차 끝내기 승리를 거둔 이명수 휘문고 감독은 “명백한 장면이기에 빨리 인정하고 넘어갔다”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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