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딱지를 떼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오혜리(28ㆍ춘천시청)는 발랄했다.
세계랭킹 6위 오혜리는 20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여자 67㎏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하비 니아레(프랑스)를 13-12로 누르고 우승을 자치했다. 이번 대회 태권도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수확한 두 번째 금메달이자 전 종목을 통틀어 8번째 금메달이다.
우승 확정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를 도는 세리머리로 기쁨을 만끽한 그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와 “저 한 번 더 뛰어야 하는 거 아니죠”라고 농담하며 활짝 웃었다.
15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그는 강원체고 진학 후 여고부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실업 시절에도 2011, 2012년 전국체전 73kg급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올림픽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까지 나갔지만 황경선(30ㆍ고양시청)에게 밀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 때는 대회 2주를 앞두고 왼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불운으로 경기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탈락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비운의 태권 소녀는 이렇게 15년을 기다려 마침내 리우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런던올림픽까지는 지역 예선과 세계 예선을 통해서만 본선 티켓을 딸 수 있었는데 리우올림픽부터는 지난해 12월 기준 올림픽 랭킹 6위권 선수에게 자동출전권이 주어졌다. 이에 따라 여자부에서는 49kg의 김소희(22ㆍ한체대)와 오혜리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다.
오혜리는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하비를 상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먼저 큰 점수를 허용하며 경기 주도권을 내줬으나 회심의 돌려차기를 몸통에 적중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득점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진짜 내가 해냈구나 싶고 최선을 다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따라다니던 큰 대회에 약한 ‘2인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건 제가 만든 게 아니고 기자님들이 만든 거라 이제는 좀 바꿔줬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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