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 후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뇌졸중 위험성이 더 커진다. 폭염으로 인해 인체 내에 수분이 줄어들면서 혈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인체 내 수분량이 줄어들면 피가 끈적끈적해진다. 이로 인해 기존에 있던 혈전은 더욱 커지고, 새로운 혈전도 생성되기도 한다.
게다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일교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혈관에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더욱 수축되고 탄력도가 떨어지면서 뇌졸중 위험성을 높인다. 한 연구결과, 기온이 1도 오르면, 사망률은 16% 증가하고, 뇌졸중 사망자는 2.3%에서 5.4%로 높아졌다. 일교차가 심해질수록 뇌졸중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일교차 심해지면 뇌졸중 위험
뇌혈관이 막혀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거나(뇌경색), 혈관 파열로 출혈이 생기면(뇌출혈) 갑자기 여러 가지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뇌졸중이다. 하나의 병명이라기보다 증후군을 뜻한다.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암 다음으로 많다. 이 가운데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는 가장 큰 사망원인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가운데 50.3명(통계청, 2013년 사망원인 통계)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일단 뇌졸중이 발생하면 사망하지 않더라도 치료기간이 길고 필연적으로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뇌졸중 원인은 지금까지 주로 60대 이상에서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고령인구의 증가와 식생활의 서구화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성 뇌졸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복잡하고 힘든 경쟁사회 분위기 때문에 과로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40, 50대에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뇌졸중을 일으키기 쉬운 위험요인으로는 흔히 고혈압을 꼽는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뇌출혈과 뇌경색증 모두 일으키기 쉽다. 또한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 위험이 2배 이상이며, 심장질환 환자도 뇌졸중 위험이 높다. 이와 함께 흡연과 잦은 음주, 콜레스테롤, 비만, 과체중 등도 뇌졸중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계절적으로 뇌졸중은 기온이 갑자기 변하는 환절기(초봄, 초겨울)에 많이 발생한다. 김용배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무더위 뒤 환절기가 되면 뇌혈관의 혈관 수축폭도 커지면서 혈관 내막에 혈전이 달라붙어 막히거나, 약해진 혈관이 파열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조 증상 잘 살피면 막을 수 있어”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도 본인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증상이 조금씩 악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10~20%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에 혈전이 일시적으로 뇌혈관을 막아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갑자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심한 두통이 생기고, ▦어지러우면서, 한쪽이나 양쪽으로 자꾸 넘어지는 등 뇌졸중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많은 환자가 짧게 나타나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뇌졸중으로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혈액순환제제로 대체해 증상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는 질환의 적절한 치료시기를 흘려버려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키는 주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뇌졸중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이른 시간 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방향을 잡아 간다면 병을 호전시키거나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 타임은 발병 3시간 이내다. 따라서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영배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뇌혈관을 3차원 영상으로 볼 수 있는 혈관조영기로 복잡한 뇌혈관을 정확히 볼 수 있으며 뇌혈관 뒷부분에 발생한 질환까지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 뇌졸중 예방이 더욱 쉬워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고혈압 등 원인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노력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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