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을 뚫어라."
현대자동차등 대기업에 이어 금융권 중에서도 보수가 높고 안정적이어서 이른바 'A매치'로 불리는 금융공기업의 올 하반기 신입 직원 공채 일정이 시작됐다. 올 하반기 공채는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사상 최악의 구직난 속에 진행되는 것이어서 다수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종합기획직 신입 직원을 65명 이내로 선발하기로 하고 오는 30일부터 지원서를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진행되는 한은의 신입 직원 채용은 올해도 학력과 연령의 제한이 없이 치러진다. 작년처럼 변호사나 공인회계사(CPA)에 대한 우대혜택을 폐지해 스펙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오는 10월 22일 경제학, 경영학, 법학, 통계학, IT·컴퓨터 등 5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해 논술과 함께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어 면접은 집단토론과 심층면접 등 1차 실무 면접과 2차 집행간부 면접으로 진행되며 신체검사를 거쳐 12월 중순께 최종 합격자가 확정된다. 올 채용규모(65명)는 작년 70명보다는 5명 적지만 2014년(60명)보다는 5명 많은 수준이다. 한은은 오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소재 한은 본점 내 별관 8층 강당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한다.
매년 한은과 같은 날 신입 직원 채용 필기시험을 치르는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도 조만간 하반기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서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초 신입 직원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채용인원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50여명을 계획하고 있다. 채용예정인원의 25배수 내외에서 서류합격자를 뽑은 뒤 전공과목 및 시사현안에 관한 필기 및 논술, 면접전형 등을 거친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직 채용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지원받으며 자체 자구노력에 나서는 상황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용규모는 예년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70명, 수출입은행은 42명을 채용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용 일정은 예년과 같이 10~11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달 말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보 등 금융공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모델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NCS란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 등의 능력을 국가에서 산업별·수준별로 표준화해 정리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각 기관의 채용 홈페이지와 NCS포털(www.ncs.go.kr)에서 응시한 직종의 직무설명서를 숙지한 뒤, 자기소개서와 필기 등 각 전형에서 자신에게 어떤 답을 요구할지 준비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각 기관은 오래 전부터 직무 능력을 중심으로 수험생을 평가하는 전형을 치러 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수험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취업하려는 곳에 대한 사전지식과 금융 지식, 시사현안에 대한 이해도 등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토론하고 주기적으로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각 금융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는 별칭답게 회계나 파생금융상품, 외환 등에서 최고난도의 금융·경제 지식을 묻는 문제를 냈다. 일반 논술 문제도 있었다. 한국은행은 일반 논술 문제로 '빅 아이(Big I)와 스몰 위(Small We)'라는 주제로 개인주의가 심화하는 현상에 대해 질문했고, 금감원은 소득 불균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탕평책과 조조의 인사 방식에 대한 예문을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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