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를 잘하기 위해 훌륭한 골퍼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훌륭한 골퍼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퍼트를 잘 해야 한다.” 골프에서 퍼트의 중요성을 잘 드러낸 말이다. 퍼트는 누구든 노력 하면 잘 할 수 있지만, 퍼트를 정복하지 않고는 뛰어난 골퍼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비슷한 기량으로 경쟁 하는 골퍼들을 보면,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는 엇비슷하게 간다. 실력차이가 나는 곳은 그린이다. 먼 거리에서 2퍼트를 하느냐 3퍼트를 하느냐, 2~5m거리에서 성공확률이 누가 높으냐, 1m안팎에서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에 따라 금세 1~2타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것이 18홀 동안 누적되면 큰 차이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미국프로골프 선수들의 성적을 보면 이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라운드당 퍼트수가 20개 중반인 날에는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이 오르지만, 30개를 넘는 날에는 컷 오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퍼트다. 실전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하루 1,000번의 퍼트 연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선수들은 ‘변칙’ 기술로 퍼트 실수를 줄이려고도 한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변칙’ 퍼트 그립 선수들의 득세가 두드러졌다.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는 ‘크로스 핸드’ 그립으로 무장해 컴퓨터 퍼트를 자랑했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으로 그립을 잡고 그 아래쪽을 오른손으로 감싸는 방법이 전통적인 퍼트 그립인데 크로스 핸드 그립은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를 바꿔 잡는 일명 역(逆) 그립이다. 말 그대로 왼손 아래 그립(left-hand-low-grip)이라 불리기도 한다. 크로스 핸드 그립은 스트로크 때 손목 사용을 방지해 직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박인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 역시 변칙 그립파이다. 그는 먼 거리 퍼트가 남았을 때는 전통적인 방식의 퍼트 그립을 잡지만 퍼트 거리가 5m 내외로 남으면 박인비와 같은 크로스 핸드 그립을 잡는다. 리디아 고는 크로스 핸드 그립이 손목 사용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멀리 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가지 퍼트 그립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남자 골프 은메달을 차지한 핸릭 스텐손(41ㆍ스웨덴)은 가슨 그립이라는 독특한 그립을 사용해 퍼트를 했다. 일반 퍼트 그립의 경우 엄지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평평한 반면 스텐손이 사용하는 가슨 그립은 단면으로 봤을 때 지붕 형태다. 가운데 정점이 높고 양 옆이 경사면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손목 사용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동메달을 딴 맷 쿠차(39ㆍ미국)도 한때 그립 끝을 배꼽에 댄 상태로 퍼트를 하는 벨리(배꼽) 퍼터 방식을 사용했으나 이 퍼트 사용이 금지되면서 전통방식으로 돌아왔다.
올림픽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와 조던 스피스(23ㆍ미국) 등도 크로스 핸드 퍼트 그립을 잡는다. 세르히오 가르시아(36ㆍ스페인)와 애덤 스콧(36ㆍ호주)은 게가 집게발로 물건을 잡듯 그립을 잡는 ‘집게발 그립’으로 퍼트를 한다.
톱랭커들의 퍼트 그립 변화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크로스 핸드 그립이나 집게발 그립 등을 시도하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꽤 늘고 있다. 유명 쇼트게임 교습가 데이브 펠즈는 “쇼트 퍼트 성공률이 아주 낮을 경우 그립 변화를 고려할 만하다”면서 “동작의 어색함을 없애고 거리감을 익힐 때까지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퍼트 그립법에 관한 한 ‘전통’의 개념이 힘을 잃을지 모른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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