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박 전 이사장은 본인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피해자에게 1억원을 빌린 뒤 일부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감찰관은 피해자의 진정을 받고 박 전 이사장을 조사한 뒤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감찰관법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사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다. 이 감찰관은 할 일을 한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과 대통령 친ㆍ인척 관리는 민정수석의 고유 업무다. 특별감찰관의 직무에 포함되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동생이 사기 혐의를 받는 것에 민정수석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박 전 이사장 동향을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유기고, 알고도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더 심각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이 감찰관에 대한 비판이 박 전 이사장 고발과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병우 수석으로부터 비롯됐음은 분명하다.
우 수석은 이철성 경찰청장 인사 검증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 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과거 음주운전 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겼다고 밝혔는데도 민정수석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청장의 신분 은폐 사실을 국회에 알리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그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이 청장 본인이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추궁받은 도중에 실토하지 않았더라면 묻혀 버릴 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이 청장을 서둘러 임명한 것도 우 수석의 검증 실패 비판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각종 비리 의혹은 제쳐두더라도 본연의 직무를 소홀히 한 것만으로도 우 수석이 물러나야 할 사유는 충분하다. 본인이 투명하지 못한 상태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 수석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면 부실 검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자격 미달 고위공직자가 속출하면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국가 전체로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음주운전 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이 청장만 해도 조직장악은 물론 일선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마저 지장을 받을 게 뻔하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게을리하고 숱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 인사를 내치지 않는 상황을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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