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발사 때 30㎞ 날아가자
“기술 취약점만 드러나” 코웃음
이번에는 500㎞ 비행으로 전력화 임박했지만
대응체계 구축에 3~4년 걸려 뒤통수
선제타격→잠수함 추적ㆍ격추→발사 후 요격
3단계 ‘수중 킬체인’ 구멍 숭숭… 비판 거세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사실상 실전배치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간 북한의 SLBM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우리 군 당국의 허술한 분석력이 도마에 올랐다. 군 당국의 안이한 판단으로 북한 미사일 대비 태세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지난해 5월 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여러 가지 장치를 더 많이 갖춰야 한다"며 "선진국 사례를 참고했을 때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중 사출에서 로켓 점화에 이르는 '콜드런칭' 기술과 비행제어 기술 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빨라야 2020년 무렵에나 실전 배치할 수 있는 SLBM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올해 4월 북한이 기습 발사한 SLBM이 30km를 비행했을 때도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SLBM 능력을 낮잡아봤다. 북한이 처음으로 수중 사출 다음 단계인 ‘공중 점화’에 성공해 짧게나마 비행에 성공했는데도, “최소 사거리(300km)에 크게 못 미친다”며 탄도미사일 기술의 취약점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당시 북한은 “수중 공격작전 실현을 위한 요구조건을 충분히 만족시켰다”며 콜드런칭 기술 확보를 강조한 반면, 우리 군은 ‘비행거리’에만 주목한 것이다. 일부 군 관계자는 “공중점화 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군은 이 때도 SLBM 실전배치까지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은 짐짓 여유를 부리던 군 당국으로서 일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군 안팎에는 하루 종일 당혹과 침묵의 분위기가 교차했다. 심지어 200일 전투를 비롯한 북한의 막무가내 속도전을 감안하면, 이날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올해 말이라도 SLBM 실전배치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SLBM 첫 수중발사 이후 불과 1년 3개월만에 ‘4~5년 내 배치’에서 ‘올해 배치’로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우리 군이 이처럼 과소평가한 데는 당장 SLBM을 막을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군은 북한 SLBM을 발사 전 여러 단계에서 탐지ㆍ타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론적 논리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 당국은 ▦ 항구에 계류중인 잠수함에 대한 선제타격 ▦잠항중인 북한 잠수함에 대한 추적 ▦ SLBM 발사 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에 따른 요격 등 3단계로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SLBM 위협이 눈 앞의 현실로 닥쳐온 데 비해, KAMD는 2020년 이후에나 구축될 예정이다. 잠항한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수함이 한미의 감시망을 일단 벗어나면 재추적하기도 어렵다. 항구에 계류중인 잠수함을 선제 타격한다는 것 또한 상당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만큼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군 당국이 방어체계가 미비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북한의 SLBM 능력에 대한 판단도 흐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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