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원샷ㆍ빅딜 같은 요란한 구호대신 실현 가능한 정책논의를”

입력
2016.08.25 20:00
0 0

토론= 김종석 새누리당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의원, 채이배 국민의당의원, 김원식 건국대 교수, 김상조 한성 대교수

사회=이성철 부국장

25일 한국일보 주최로 대한상의 중회의실에서 열린 3당초청 토론회. 왼쪽부터 한국일보 이성철부국장,건국대 김원식교수,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정책위부의장, 새누리당 김종석 여위도 연구원장. 국민의당 채이배 제3정책조정위원장.한성대 김상조교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25일 한국일보 주최로 대한상의 중회의실에서 열린 3당초청 토론회. 왼쪽부터 한국일보 이성철부국장,건국대 김원식교수,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정책위부의장, 새누리당 김종석 여위도 연구원장. 국민의당 채이배 제3정책조정위원장.한성대 김상조교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사회= 여야 3당의 입장을 들어보니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인식은 모두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역시 상당한 시각차가 있습니다.

김원식 교수= 여야 3당이 확연하게 엇갈리는 경제활성화 방법 중에 법인세 논란이 있습니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여당은 절대 반대입장입니다. 사실 법인세는 기업에 부담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부동산 시장과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자본은 수익률을 따라 이동합니다. 만약 기업수익률이 하락하면 자본은 기업부문에서 당연히 비기업부문으로, 그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이 부동산이나 주택 쪽으로 쏠리는 흐름이 가속화하면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하락하겠지요. 이를 개선하려면 기업부문의 수익률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법인세는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자본시장의 균형을 맞추고 주택시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합니다.

김상조 교수= 먼저 우리 경제의 성과가 왜 저조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짚어 보죠. 1980년대 이후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고속성장’에서 ‘중성장’전략으로 변화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수요가 줄어들었고, 그간 우리나라 기업에 의존했던 중간재나 소재부품을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적으로 보면 전통적인 ‘낙수효과’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까지 경험하고 있지요.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나라의 사회 주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만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내세우니까 아무것도 진전이 되질 않는 거죠. 저는 대타협이니, 원샷이니, 빅딜이니 하는 정치적 구호에 절대 현혹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상대방 신뢰를 얻어가는 반복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국회에 한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상대방과 협의하고 타협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논의를 하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개혁 같은, 사회의 모든 담론을 빨아들이는 ‘킬러 이슈’는 앞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그 얘기를 꺼내는 순간, 모든 논의가 정지되어 버립니다.

사회= 정치권에 특별히 주문하고 싶은 의제가 있다면요.

김상조 교수= 여당에 대해선 상법개정을 말하고 싶은데요. 더도 말고 박근혜대통령이 공약했던 것만 지켰으면 합니다. 야당은 서비스업기본법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갖길 바랍니다. 의료 영리화 논란 때문에 그러는 걸로 아는데 정말로 법안을 꼼꼼히 읽어나 봤는지 의문이 듭니다.

최운열 의원= 당내에서도 서비스업 기본법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검토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명석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진학한 만큼 이 우수 인력이 국가경제 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싱가포르를 찾는 의료관광객만 한해 100만명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3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만약 연간 100만명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면 16만명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 의료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 의료영리화는 야당의 반대도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같은 정부 내 부처간 대립 때문에 진전이 되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김원식 교수=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수준입니다. 앞으로 그 비중이 10~15%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큰 분야가 의료부문이 될 공산이 크다는 말입니다. 생명의 가치가 높아지는 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의료에 기꺼이 돈을 쓸 것입니다. 정치권이 서비스업 중에서도 의료부문은 정말로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회= 상법 개정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도 법안을 제출했고 여기 나와 계신 채이배 의원도 법안을 내셨는데, 새누리당은 상법개정을 포함해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계속 반대입장인가요.

김종석 의원= 경제민주화를 하지 말자는 게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현재 국정의 최우선순위는 누가 뭐래도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더 집중하자는 얘깁니다. 상법개정안을 비롯한 야당의 경제민주화 입법은 기본적으로 재벌 대주주 옥죄기, 지배구조 투명화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건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증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소액 주주를 보호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성장이 될 까요. 분명히 경제민주화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채이배 의원=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그 자체로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겁니다. 김종석 의원께서는 (상법개정안이) 대기업의 대주주를 옥죄는 법안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불법행위를 한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를 절대로 옥죄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반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다가 재계의 반발이 심하니까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흐지부지됐습니다. 기업의 경쟁력, 그리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상법개정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조 교수= 상법개정을 통해서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면 당연히 지배주주들은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겁니다. 그런데 상법 같은 간접적 규제장치가 보완되지 않으면 야당은 공정거래법 같은 직접규제 강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상법이 개정돼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법률환경에서는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해 관계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정부의 직접 규제 필요성이 줄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에게 주는 부담도 낮아질 것입니다.

최운열 의원=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건 우리 사회가 대주주와 기업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기업에는 대주주도 있지만, 소액주주도 있고 종업원도 있고 경영자도 있습니다. 경제 민주화가 되면 (대주주는 당장 불편할 수 있겠지만) 다른 주체들은 오히려 좋아질 겁니다. 기업이 잘 되면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어서 좋고, 채권자는 이자를 잘 받아서 좋고, 경영자는 성과급을 받아서 좋고, 근로자는 복지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서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업을 오로지 대주주의 것으로 인식하다 보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겁니다.

사회=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큽니다. 정기국회도 곧 시작되는데 경제만큼은 협치에 대한 요구가 높습니다.

채이배 의원= 아마 협치라는 단어를 총선 때 가장 많이 쓴 곳이 국민의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와 야, 국회와 청와대가 협치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물론 의석 수가 적은 제3당으로서 한계도 크지만, 단순히 캐스팅 보터를 넘어 선도적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추경도 정부보다 국민의당이 먼저 하자고 얘기를 꺼냈지요.

김종석= 1996년 외환위기를 1년 앞둔 15대 국회 때를 되돌아보면 그 때도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컸습니다. 그래서 금융개혁법, 노동개혁법을 만들어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무산됐죠. 외환위기는 결코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경제 이대로 가면 어렵습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추진하는 모든 법은 이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입니다. 정치적인 견제를 앞세우기보다 경제를 살리자는 목표로 뭉쳤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여기 세 의원들께선 정치인이기에 앞서 경제학자이고 경제 전문가들입니다. 정치적으로 다툴 때는 다투더라도 경제와 민생에 대해선 토론하고 협력했으면 합니다. 합리적 목소리가 커지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의 국회 내 공간이 커질 때 우리 경제의 위기타개를 위한 합리적 대안들이 도출될 것으로 믿습니다.

정리=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