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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흐름 반영 못한 ‘야쿠르트 아줌마’ 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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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흐름 반영 못한 ‘야쿠르트 아줌마’ 대법 판결

입력
2016.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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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품을 배달 또는 위탁 판매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근로자로 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러니 같은 일을 하는 1만3,000여명은 노동권을 적용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계약 형식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은 경직된 판결이자 근로자 규정 요건을 완화해 온 추세와 어긋나는 과거 회귀 판결이다.

한국야쿠르트 위탁판매원 출신 A씨가 2014년 퇴직할 때 “회사로부터 고객관리와 영업활동 지침을 받는 등 종속관계에서 일했다”며 퇴직금과 밀린 연차수당 2,993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낸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그러나 1ㆍ2심 모두 “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퇴직금과 연차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근로자인지를 판단할 때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와 종속관계를 맺고 일하는지’ 여부를 살핀다고 한다. 사용자와 작업자의 종속관계는 사용자가 작업과정을 상당히 지휘ㆍ감독하고, 작업자는 사용자가 정한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및 장소에 구속되며, 보수는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어야 성립한다. 대법원이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그가 회사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지 않았고 근태 관리도 받지 않았으며 업무상 잘못이 있어도 회사의 징계 또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이 1ㆍ2심 판결을 고민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계약 및 근무형식을 주로 살폈을 뿐 노동시장의 현실과 사용자의 태도 등을 도외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시장에는 비정규직이나 특수직종 종사자 등 법과 제도의 보호가 적거나 아예 없는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으니 그런 비판이 나올 만하다. 이 중 ‘야쿠르트 아줌마’나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직종 종사자는 형식적으로는 위탁계약으로 일을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에 종속돼 일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계약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종속관계 여부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판결에 아쉬움이 많다. 법원은 2006년 이후 근로자로 판단하는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추세와도 어긋난다. 도리어 2006년 이전으로 돌아갔으니 적잖이 실망스럽다. 법원 판결은 일하는 사람들을 근로자로 폭넓게 인정해 그들이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게 될 때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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