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규제완화 2년만에
가계빚 200조원 불어났는데
“증가세 둔화” 정면 반박까지
금리 오르고 집값 내리면
빚 상환 대란, 내수 더 침체
“한 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격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2014년 6월 부총리로 내정되자마자 이렇게 말하며 단번에 금융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를 이끌어냈다. 침체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켜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는 명분에서였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금융규제 완화 이후 2년 새 불어난 가계부채만 20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여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면서 가계부채 급증세에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들이 사실상 빚에 대해 보조금을 준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를 경기대책으로 이용하는 정말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라며 “잠깐 주택시장은 반짝했지만 경기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빚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들어 3년 6개월새 가계부채가 294조원이 급증했는데, 이명박 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298조4,000억원)과 맞먹는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는데도 정부는 매번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대출의 질은 나쁘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강변해왔다. 이달 중순엔 “가계부채 증가를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경고에 금융위원회가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둔화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까지 했을 정도다.
가계부채 문제가 정부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사이 올 들어 가계부채는 양과 질 모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선 가파른 증가세는 그간의 기록을 대거 갈아치울 정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부채 증가액(33조6,000억원)은 분기 기준 역대 2위, 올 상반기 증가액(54조2,000억원)은 역대 상반기 가운데 가장 많다. 상반기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8조4,000억원)도 역대 상반기 기록 중 최고다. 통계상 중소기업 대출로 잡히지만 성격상 가계부채에 가까운 자영업자 대출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국내 가계부채는 이미 1,500조원을 넘을 거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점은 부채상환의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은행 여신심사가 강화되면서 지난 2분기 비은행 부문 가계대출(10조4,000억원)과 상호금융 가계대출(5조5,000억원)은 모두 역대 최고 증가액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추후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이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집값까지 떨어지면 빚 상환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속출해 침체된 내수는 더 침체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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