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으로 은밀 침투해 발사
‘2차 공격’ 감행 땐 가공할 위력
北 도발에 섣불리 응징 어려워
출항 전 격침 ‘예방 타격’은
전면전 우려에 선택 쉽지 않아
그린파인-사드 ‘수중 킬체인’도
SLBM 레이더 벗어나면 무용지물
핵잠 확보로 대잠 능력 키워야
북한이 24일 발사에 성공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의 실전배치가 임박하면서 대북 억제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잠수함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허를 찌르는 SLBM의 특성상 탐지와 추적, 타격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본토까지, 한국과 일본은 코앞에서 기습공격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북한의 SLBM이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LBM의 가장 큰 위력은 ‘2차 공격(Second Strike)’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물밑에서 이동하며 발사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해도 섣불리 응징보복에 나서기 어렵다.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의 한반도 투입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SLBM이 어디에서 날아와 대도시인 서울이나 뉴욕을 겨냥할지 모르는 탓이다.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 러시아의 핵 공격을 우려한 영국과 프랑스가 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대양에 투입해 미러 양국의 급소를 노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SLBM만으로 더 큰 피해를 입히기는 어렵지만, 단 1발이라도 주요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면 상대는 공격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SLBM을 싣고 바닷속을 누비는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1982년 포클랜드 해전 당시 영국 해군은 아르헨티나 주변 바다를 완전히 장악했지만, 5척의 핵잠수함과 1척의 디젤잠수함, 다수의 수상함과 헬기를 동원하고도 아르헨티나의 디젤잠수함 1척을 끝내 격침시키지 못했다. 북한이 다른 SLBM 탑재 잠수함에 비해 규모가 작은 신포급(2,000톤) 디젤잠수함을 운용하지만 결코 무시할 전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이 출항하기 전에 제거하는 ‘예방타격’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지상에서 쏘는 미사일은 발사징후가 보이면 ‘선제타격’할 수 있는 반면, 잠수함이 물속에 들어가면 언제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예 화근을 없애는 것이다. 지난 1994년 미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던 방식이다.
하지만 예방타격은 정치ㆍ군사적 부담이 너무 크다. 사실상 선제 공격이고, 자칫 전면전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남침이나 국지도발, 북한 내 급변사태 등을 상정한 우리 군의 작전계획과도 어긋난다. 이런 결과로 인해 국론이 분열될 소지도 다분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예방타격은 미래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확신이 설 때 현재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방식”이라며 “SLBM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면 섣불리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대잠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급선무다. 잠수함을 잡는 최선의 방안은 잠수함으로 맞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잠수함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핵잠수함으로 오랫동안 물속 길목을 지키거나, 끝까지 따라 다녀야 북한 잠수함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군 당국은 해상초계기 등 공중 탐지자산을 보완해 잠수함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그린파인레이더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SLBM을 탐지ㆍ요격할 수 있다고 장담하며 ‘수중 킬체인’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부 소식통은 “SLBM을 낮은 각도로 쏘거나, 레이더 탐지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발사하면 방어망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