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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여행’은 당신을 위한 휴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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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여행’은 당신을 위한 휴가입니까?

입력
2016.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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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카트만두에 마련된 한 임시 대피소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가 혼자 앉아 있다. 카트만두(네팔)=신화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네팔 대지진 당시 카트만두에 마련된 한 임시 대피소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가 혼자 앉아 있다. 카트만두(네팔)=신화 연합뉴스.

극심한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서 이주민들을 위해 집도 짓고 평소 여행하고 싶었던 아이티 섬을 샅샅이 돌아본다. 브라질 아마존 정글을 찾아가 멸종 위기에 처한 핑크 돌고래의 생태환경을 돌보고, 루마니아 전통문화를 배우기 위해 루마니아의 한 지방 마을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일을 하기도 한다

휴가나 방학, 혹은 주말을 이용해 봉사와 여행을 함께하는 신개념 여행 ‘볼론투어(VoluntourㆍVolunteer+Tour)’가 새로운 형태의 힐링 문화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특권층을 위한 휴가’ 라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부조리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비난도 적지 않다고 독일 매체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볼론투어란, 자원봉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볼론티어(Volunteer)와 여행을 뜻하는 투어(Tour)가 결합한 신조어로, 평소 가 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면서 그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환경 보호 운동 등을 하며 보람을 함께 찾을 수 있어 해외여행 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를 정도다.

미국 관광ㆍ레저ㆍ교육연구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 세계 볼론투어 경험자는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매년 증가 추세다. 산업 규모로 따지면 무려 25억 달러(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틀에 박힌 기존 여행경로를 따라 여행하는데 지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여행을 넘어 양국의 문화 차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또 대학 졸업예정 학생들도 졸업여행을 즐기면서 동시에 취업을 위한 경력쌓기 도구로써 선호한다. 볼론투어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여행업계 관계자는 “손안의 여행책자처럼 잘 정돈된 문화와 전통, 볼거리에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나눔과 여행의 기쁨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좋은 의도를 갖고 시작한 일이 뜻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ㆍ청소년과 관련된 볼론투어는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보육원 자원봉사 투어는 조심해야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는 특히 ‘보육원 볼론투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지원금이나 기부금, 혹은 볼론투어 자원봉사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어린이들을 가족들과 떼어 놓는다는 것이다. 또 봉사자들이 지불한 비용과 기부금들이 아이들을 돕는 데 사용되는 게 아니라, 보육원 운영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실제로 네팔 카트만두에 위치한 무크티 보육원은 정상적인 가정이 있는 아이들을 데려다 고아인 것처럼 수용해 키운, 말 그대로 ‘무늬만 보육원’이었다. 무크티 보육원 원장은 특히 볼론투어 참여자에게 ‘실제 고아가 아닌 사실’을 발설할 경우 아이들을 때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크티 보육원은 지난 2010년 “보육원 전체 운영비를 지원하겠다”는 스페인 출신의 기부자를 확보했는데도, 꾸준히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수익 사업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육원의 한 소녀가 하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도 원장이 이를 방치하다가 결국 숨진 비극도 발생했다.

카트만두의 또 다른 ‘해피 보육원’의 경우, 원장이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을 데려다 보육원을 차려 놓고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은 후 아이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또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않은 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핵에 걸린 아이를 치료조차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고 결국 원장은 소아방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니세프는 네팔 보육원생 1만6,000여명 가운데 85%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부모가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의 친부모 역시 “아이를 도시에서 키워주겠다” “금전적인 지원을 해 주겠다” “좋은 시설에서 교육시켜주겠다”는 보육원 운영자들의 말에 속아 아이들을 앞다퉈 보육시설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더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의 ‘실제 체험’을 원하고 이 같은 수요를 악용하려는 업자들이 무리하게 공급에 골몰하면서 빚어지고 있다. 유니세프와 협력해 아동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넥스트제너레이션네팔 관계자는 “일부 보육원의 아이들은 기부금을 받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라며 “기부금의 사용처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특권층을 위한 휴가라는 비난 거세

볼론투어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많고 비자발급도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특권층만 접근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상대적으로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우월한 계층이 볼론투어를 통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색다른 현실에 충분히 젖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웃들과 100% 동화되지 못한 채 여전히 다른 공간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신 식민주의’의 표출”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인권단체 위트니스오알지 대표 셈 그레고리는 “방문국이 정말 필요로 하는 관심사에 봉사활동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또 봉사활동 외 여행을 하더라도 방문국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강유빈 인턴기자(연세대 불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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