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연세대 원주 의과대학 한복판에는 전형적인 선교사 주택이 있다. 현 일산사료전시관이다. 1959년에 원주연합기독병원이 설립되었고, 1978년 연세대 의과대학 분교가 설치되었지만, 이 건물은 병원과 학교의 역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도시와 건축으로 읽는 근대사’ 강의를 위해 필자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건물 가치에 주목하고 원주기독병원의 뿌리를 찾던 안성구 연세대 교수를 만났다. 같은 날 서교하 이서건축 소장과 박종수 원주시 문화재담당 학예연구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행운도 있었다. 서로 초면이었지만, 이 건물의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건물의 실체는 서 소장이, 원주의 의료선교 역사에 대해서는 안 교수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역사와 건축이 만나는 접점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그 날 만남을 계기로 세 사람은 연락하면서 이 건물의 역사를 찾아나갔고, 오래지 않아 원주기독병원의 뿌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2013년 원주의료 100년의 역사를 담은 ‘서미감병원’ 책자를 발행할 당시만 해도 미스터리로 남았던 부분이 그 작업을 통해 명확해졌다. 지금은 사라진 1913년의 서미감병원 터, 앤더슨 의사 사택, 그리고 1959년 기독병원의 설계자 조자룡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도 더 분명하게 정리되었다.
건축 당시 시가지를 조망하는 구릉지에 위치했던 일산사료전시관은 의료 선교를 담당했던 미국인 C.D. 모리스(1869~1927)를 위해 지어졌다. 오랫동안 해방 후에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 교수와 서 소장의 노력으로 사진과 문서가 발굴되어 사택이 1918년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택은 현존 연세대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모리스사택은 이제 흔적만 남은 작은 동산 위에 서있다. 사택은 의대 기숙사와 강의동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100년의 시간을 버텨온 당당함은 여전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의대와 병원도 사택과 역사적 맥락을 함께하고 있었다. 특히, 기숙사를 배경으로 농구 경기를 즐기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위치의 사택은 모리스가 뿌린 의료 선교의 성과를 보여주는 듯하다. 건물 외관은 옛 사진과 비교해도 놀라우리만큼 원 모습이 잘 유지되어 있다.
아쉬운 것은 내부다. 벽난로가 새롭게 꾸며졌고, 사용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다행히 지하층에서 지붕까지 연결되는 계단은 원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붕의 목가구도 그대여서 장기적으로 원주 의료 선교의 역사적 현장을 제대로 되찾는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모리스 사택’의 재발견은 ‘역사는 찾는 이의 몫’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었다.
안창모 경기대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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