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동맹 강화에 맞서 북중 관계 개선을 도모해온 중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경고에 보조를 맞추면서 꽉 막혔던 한중 관계도 숨통을 틔우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두고 악화일로를 달렸던 양국 관계가 일단 대화의 발판은 마련하는 모습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현지시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이 성명에서 지난 24일 실시된 SLBM은 물론 지난 2일과 지난달에 이뤄진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모두 언급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추가적인 중대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사드 배치 이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차원의 협의에서 번번히 어깃장을 놓았던 중국이 이번 언론 성명 채택에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성명 초안을 회람한지 이틀도 되지 않아 성명 채택이 이뤄졌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SLBM 성공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관리 가능한 북한’을 원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갖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SLBM 기술 진전이 중국도 다급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과의 직접 거래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 북핵을 빌미로 한미일 군사ㆍ안보동맹이 강화되는 것도 중국으로선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다.
중국이 내달 4~5일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를 감안해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분위기를 거스를 경우 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력 없는 언론성명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북 추가제재가 추진될 경우 중국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의 태도 변화로 인해 연내 한중 정상회담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달 G20 회의에 이어 11월께 도쿄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얼굴을 맞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윤병세 외교장관도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통상적으로 다자회담이 개최되면 양자회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한중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이 확고해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중국 역시 상황 관리의 필요성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다소나마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사드에 대한 전면전 보다 지구전으로 국내의 사드 반대 여론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28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내고 안보리의 대북 규탄 성명에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은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생존권을 위협한 이상 우리는 당당한 군사대국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사변적인 행동조치들을 다계단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도발을 예고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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