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3일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의 저항방식을 선택한 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비장함과 절실함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보장 및 세월호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준형아빠’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은 국회 공정성실현모임ㆍ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보도외압 및 왜곡편파보도 증언대회’에 참석해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지금 광화문에서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누구도 우리가 단식을 해가면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장 분과장은 국내 언론이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자세를 거짓말 하기, 절반만 말하기, 보도하지 않기 등 세 가지 문제점으로 나눠 언론의 보도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는 “거짓말하거나 절반의 진실만 말하거나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보다 우리(세월호 유가족)를 분노하게 하는 건 바로 언론의 침묵”이란 말을 유독 힘주어 내뱉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의 1~2차 청문회에서 밝혀진 주요 증언들을 외면했고 참사 1~2주기 추모집회를 외면했으며 유가족들의 목숨 건 단식 현장을 이 나라 언론이 철저히 외면했다고 그는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이제 아무것도 전하지 않는” 이 언론들은 2년 여 전 참사 당일엔 ‘전원구조’ 오보를 냈거나 ‘사상최대 구출작전’이란 정부 측의 발표를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 전달했거나, 또는 지옥 같은 현장을 막 탈출한 생존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마이크를 들이밀어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어놨던 적이 있습니다.
“ ‘그만두라’는 말….”
‘버틴다’란 표현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의 깡마른 몸이 이 말 앞에서 파르르 떨렸습니다. 장 분과장은 “일부 국민들이 '그만두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만두라는 말을 하게 만든 게 바로 언론”이라며 “우리가 왜 진상규명을 원하는지 보도하지 않는 대신 세월호 유가족들이 많은 보상금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고 대학도 마음대로 가고 화나면 아무나 때리고 협박하는 사람들이라고 교묘하게 몰아가는 거짓말을 보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22일 ‘해도 너무 한 세월호 침묵보도’가 나간 뒤 독자들은 ‘세월호 타령이야말로 해도 너무 한다’는 항의성 또는 ‘우리가 잊지 않도록 언론이 더 끈질기게 보도해야 한다’는 공감성 내용의 메일을 각각 보내왔습니다.
어찌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을 포함해 이 상반된 의견의 두 독자 모두가 언론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서 언론이 좀 더 차분하고 정확한 보도를 했더라면, 1년 그리고 2년이 지나면서 밝혀진 새로운 진상을 그저 제때 알리려고만 했더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가슴에 품은 유가족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헤아리기만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세월호 진상규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유가족들의 절규 이 모든 게 언론의 잘못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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