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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 갑질’이 中企 임금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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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 갑질’이 中企 임금 갉아먹는다

입력
2016.08.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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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하청업체 이윤 하락으로 이어져

저임금으로 떼우는 구조 고착화

대기업 임금 100만원 오를 때

하도급은 6700원 인상 그쳐

하청 거듭될수록 조건 더 열악

원청 대기업 노동자 임금이 100만원 상승할 때 하도급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은 불과 6,700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 대기업이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중소기업과 이익을 공유하지 않아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야기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9개 국책연구기관장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최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원ㆍ하청 불공정거래 관행에서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KDI가 2013년 700여개 원청 대기업과 4만8,700여개 하도급 업체의 임금격차를 조사한 결과 원청 대기업 A사가 경쟁사인 B사보다 노동자 임금을 100만원 더 많이 줄 때 A사 하도급업체는 B사 하도급업체보다 임금을 고작 6,700원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익을 많이 낸 대기업이 임금을 대폭 인상해도 하도급업체와 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이중적 노동시장이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현상이란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이 대표적이다. 하청업체의 단가 인하는 이윤 하락으로 이어지고 저임금으로 이를 벌충하는 구조다. 경남의 중소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원청인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단가를 중국이나 베트남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사는 적정 이윤을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아예 거래가 끊기는 등 더 큰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다. A사 관계자는 “이미 생산하던 제품을 도중에 멈추고 공장을 놀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A사는 외형은 커졌지만 이윤은 제자리였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40%나 성장했지만 이익은 전년과 같은 수준”이라며 “원청이 가격을 깎는 대신 물량을 더 주는 방식을 쓰고 있어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익을 더 내려면 1인당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거나 직원을 더 고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기업→1차 수탁업체(중견기업)→2차 수탁업체(중기업)→3차 수탁업체(소기업)로 하도급 단계가 내려갈수록 이윤은 더 박해지고 임금수준도 더 낮아진다. 2013년 고용부가 일부 제조업종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임금수준이 100%일 때 1차 수탁업체 직원 임금은 60%, 2차는 30~40%, 3차는 20~30% 수준이었다. 2010년 4만9,400여개 원ㆍ하청 기업 평균 연봉 조사에서도 원청업체 노동자 1인당 평균 연봉은 3,900만원으로 하도급 중소기업 노동자 평균 연봉(2,800만원)보다 1,100만원이나 높았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사업자부터 3차 수탁업체까지 납품 단가 등 정보를 모두 공유해야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하청업체 저임금 등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납품가 인하 압박 외에 서면이 아닌 구두계약으로 발주하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횡포도 적지 않다. KDI에 따르면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겪었다고 답한 하청기업이 전체 9만5,000개 중 49.1%에 달했다. ▦2009년 64.1% ▦2010년 60.8% ▦2013년 57.2%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불공정거래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원ㆍ하청 임금격차와 더불어 정규직ㆍ비정규직 임금격차가 가중되면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연봉 증가폭은 전년 대비 266만원(4.2%)인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40만원(1.2%)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 기준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53.2%,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34.6% 수준에 그쳤다. KDI는 앞으로 10년간 대기업이 물가 상승률만큼만 임금을 인상하고, 중소기업이 해마다 10% 이상 임금인상을 해야 임금 수준이 대기업의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불공정거래와 임금격차 탓에 올해 상반기 10.3%에 달하는 청년실업률에도 중소기업이 필요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비율은 12.7%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대기업(3.8%)에 비해 4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 구조 속에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공무원ㆍ공기업ㆍ대기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올해 안에 낡은 노동시장의 법ㆍ제도ㆍ관행 개선 및 격차해소 등의 성과를 도출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물고를 터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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