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예산과 개성공단 입주업체 지원 예산 등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30일 추가경정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1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 협상한다지만,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닷새 전 추경안의 30일 본회의 처리와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 등을 절충해 이룬 합의를 다시 깨뜨린 사실에 변함이 없다. 습관화한 식언이 국민의 불쾌지수를 얼마나 높이는지, 도무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번 약속 불이행에서는 야당의 부적절한 행태가 두드러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다수 야당의 힘을 과시하려는 유치한 발상까지 엿보인다.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급증한 지방교육 채무 상환을 위해 예산 6,000억원을 추가 편성하자는 안에 여당이 반발하자, 야당 위원들은 여당 불참 속에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당 소속인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양보 안조차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합의 처리가 기본인 상임위 안건 처리 관행에 비춰 날치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7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야당은 2015년 결산안을 단독으로 표결 처리한 바 있다.
새로 추가한 예산항목에 맞춰 기존의 외국환평형기금 출자 예산 등을 삭감하자는 야당 주장에 대해 여당이 일축하면서 국회 예결위는 사실상 하루 종일 공전했다. 새누리당은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57조를 들어 “야당의 위헌적 행태” “반칙왕”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새로운 쟁점의 돌출로 어렵게 이룬 여야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 마비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별관 청문회와 백남기씨 청문회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실 대기업에 수조 원을 지원하면서 민생에 고작 몇 천억 원을 넣는 것도 못하느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주장도 평소 같으면 말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법 절차에 어긋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리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누리과정 예산문제나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문제 등도 중요한 국정과제이기는 하지만, 법 절차를 깨뜨리고 국회 마비까지 감수해야 할 사안인지는 의심스럽다.
여야는 다투더라도 법과 절차, 상식 수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을 언제까지고 반복할 셈인가. 여소야대와 3당 구조로 국회가 적잖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민심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