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봉에서 알리 봉고 대통령 재선이 확정 발표된 후 부정선거 논란 속에 시위대와 군경의 유혈충돌이 확산하고 있다.
성난 시위대는 수도 리브르빌에 있는 국회의사당에 불을 질렀고 가봉 당국은 대선 발표 당일부터 이틀에 걸쳐 시위대 등 1천100명 이상을 체포됐다. 국제사회는 양측에 자제를 호소하며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내무장관이 전날 오후 선거관리위원회 대선 투표 결과를 인용해 봉고 대통령의 승리를 발표한 직후 경쟁 후보 장 핑을 지지해 온 수천명이 수도 리브르빌 등 주요 도시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
내무장관은 봉고 대통령이 대선에서 득표율 49.80%를 기록하며 득표율 48.23%를 얻은 핑 후보를 5천594표 차로 이겼다고 밝혔다.
그러자 핑 후보 측과 지지자들은 "부정선거"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가봉 전체 9개 주의 투표율은 59.46%에 머물렀지만 봉고 대통령 가문의 고향인 오트오그웨 주 투표율이 99.93%로 나타나면서 부정 의혹을 더 키웠다. 오트오그웨 주에서 봉고 대통령의 득표율은 99.5%로 집계됐다.
핑 후보 지지자들은 이틀째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 중 일부는 전날 의사당에 난입해 기물을 부쉈고 이후 의사당은 화염에 휩싸였다. 가봉 선관위 사무실도 습격을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는 건물과 자동차 방화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리브르빌에 있는 한 은행도 공격을 받았고 한 상점이 약탈당하기도 했다.
가봉 군인과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체포작전을 펼쳤다.
핑 후보 측은 군경의 탄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핑 후보가 소속된 정당은 당사 본부가 밤사이 대통령 경호대와 경찰의 공격을 받았고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핑 후보 측은 또 국제사회에 "가봉 국민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하며 "선관위의 수치는 가짜 서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패컴 무벨레트 부베야 내무장관은 "핑 후보 진영이 범인들과 협력해 국가의 상징을 공격했다"고 이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브르빌과 다른 도시에서 의회 공격 가담자와 시위 참가자 등 1천200명을 체포했으며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봉고 대통령은 시민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고 시위대와 맞선 군경이 "실탄 사용을 피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유엔과 미국,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폭력 사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가봉의 모든 정치 지도자들에게 서로의 이견을 평화적으로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가봉 정부에 "정치적 구금자들을 바로 조건 없이 석방하라"고 촉구했으며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독립방송 등 단절된 통신도 즉각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모든 후보, 그들의 지지자, 정당을 비롯한 모든 관련자가 침착하게 폭력과 도발을 자제하고 기존 헌법·사법체계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안보리는 현 사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적 해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가봉을 식민통치한 프랑스의 장마르크 에로 외무장관은 이번 폭력 사태에 "극도로 우려한다"며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를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양측이 그들의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라고 당부하면서 가봉의 보안군에도 자제력을 발휘해달라고 밝혔다.
봉고는 42년간 장기집권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오른 2009년부터 지금까지 가봉을 통치해 왔다.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봉고 대통령과 중국계 이민자 출신의 핑 후보는 서로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봉에서는 2009년 봉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직후에도 부정선거 시비 끝에 시위대와 군경이 격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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