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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예뻐야 하는 여자들

입력
2016.09.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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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마감 때문에 마음이 급해서 종종거리는 중이다. 1980년대에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활동했던 소녀가 이번 소설의 주인공이다. 기억하시는 분들 많겠지만 리틀엔젤스는 꽤나 역사 깊은 어린이 한국전통예술단이다. 어린 시절 TV를 켜면 빨간 베레모를 똑같이 쓴 리틀엔젤스의 공연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실은 빨간 베레모인지 파란 베레모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KBS 어린이합창단 오디션에 떨어져 징징 울어본 나로서는, 어렸을 적 입을 헤 벌리고 부러워하던 리틀엔젤스 예술단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 그저 반가웠다. 베레모의 색깔이 빨갛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친 김에 오디션 공지까지 보게 되었다. ‘여자단원: 용모단정하고 한국무용과 노래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 리틀엔젤스 아이들이 예뻤던 거야 기억하고 있지만 자그마치 2016년도에 ‘용모단정’이라는 지원자격이라니. 게다가 초등학생에게. 더 난감했던 건 다음 줄이었다. ‘남자단원: 한국무용에 특기와 재능이 있는 초등학생’. 얼마 전 어느 과일주스 업체에서 다른 일 안 하고 계산만 하면 되니 외모에 자신 있는 사람만 지원해달라는 구인광고를 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도 통역을 구하며 예쁜 여성을 찾는 바람에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여자는 무슨 일을 하건 예뻐야 하고 남자는 아니어도 별 상관없다는 이런 이상한 지원자격, 좀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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