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석통보 사실상 수사 마무리
신 총괄회장 측은 방문조사 요청
검찰이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출석을 통보하면서 지난 6월 시작된 이번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대대적 압수수색을 통한 물적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검찰이 신 총괄회장에게 어느 정도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윤곽을 잡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이 밝힌 신 총괄회장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장녀인 신영자(74ㆍ구속기소) 롯데재단 이사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와 딸 신유미(33)씨에게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서 3,000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가 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2006~2010년 수 차례에 걸쳐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있는 4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신 이사장 등 3명에게 매도했다. 해당 주식의 가치는 시가 기준 6,000억~9,000억원대로 추산되지만, 액면가 기준으로 거래되는 바람에 실제로는 고작 수억원에 넘겨졌다. 사실상 공짜로 증여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물지 않고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책본부가 ‘SPC 이용’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Y법무법인이 실무를 거드는 식으로 편법 증여가 이뤄진 과정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 소유관계를 속이기 위해 여러 차례 SPC를 거친 악의적이고 교묘한 증여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는 롯데시네마 등과 관련한 780억원대 배임 혐의다. 이 역시 롯데가(家) 세 여성인 신 이사장, 서씨 모녀와 관련돼 있다. 롯데쇼핑의 사업부 중 하나인 롯데시네마의 극장 내 팝콘 매점사업은 수년간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등이 독점 운영해 왔는데, 이 회사들은 모두 신 이사장(시네마통상ㆍ시네마푸드) 또는 서씨(유원실업)의 가족기업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지시로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롯데쇼핑 등에 780억원대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건강 이상설에 휩싸인 신 총괄회장이 검찰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1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받은 적이 있고, 변호인단에서 ‘인지 상태 등이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 일단 출석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 대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정후견 개시를 결정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과거의 재산거래나 증여, 탈세 등 범죄행위에 대한 인지 여부, 그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는 별개”라고 일축했다. 처음부터 방문조사나 서면조사를 택할 경우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 총괄회장 측은 “고령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렵다”며 검찰에 방문조사를 요청해 정확한 조사 방법은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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