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직송 활어 맛볼 수 있는
선상시장 한 달에 두 번 열어
입항횟수 늘리고 대형수족관 설치
대표 활어시장 자리매김 모색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이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뚝섬나루터에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인 고깃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30여분 전부터 나루터에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 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서해 연평도에서 40㎏ 상당의 광어, 농어, 우럭, 양태 등 수산물을 싣고 아라뱃길과 한강을 통해 9시간 넘게 달려 온 박태원(56) 옹진수산업협동조합 연평어촌계장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서울 성수역 인근 뚝섬나루터에서는 매월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오후면 이처럼 도심에서는 흔치 않은 고깃배가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월부터 월 2회 당일 서해에서 잡은 활어를 어선으로 직송해 지근거리 뚝도시장에서 파는 ‘뚝도활어시장’이 조성된 까닭이다.
1962년 문을 열어 점포 수가 400개를 웃돌았던 뚝도시장은 동대문시장(1959년), 경동시장(1960년), 남대문시장(1964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한때 공실률이 30%에 이를 만큼 침체를 겪었다. 현재는 13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시장 활성화의 묘수가 필요했던 성동구가 떠올린 게 활어시장 콘셉트다. 성동구는 지역 자원인 뚝섬나루터를 활용해 서해5도 중 연평도 어민과 손잡고 활어축제를 지난해 10, 11월 두 차례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예비개장을 거쳐 6월부터 월 2회 선상 활어시장을 열고 있다. 뚝도시장을 활어시장으로 특화시키는 동시에 서해5도 어민의 어업소득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취지다.
뚝섬나루터에서 옮겨 온 활어는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뚝도시장 내 활어전문점에서 판매된다. 이들은 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한 중소기업청 청년 창업지원 공모를 통해 뚝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7월 횟집 ‘연평도’를 개업한 양병현(38)씨는 “시세보다 싸게 자연산 회를 팔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창업은 초기 홍보가 중요한데 구와 시장번영회가 적극적으로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은 마침 활어 외에 즉석떡볶이, 수제맥주, 치킨 등을 파는 청년상인들의 개업을 알리는 ‘뚝도시장 청춘상회 입점식’도 열렸다. 성동구는 ‘선상 활어시장 외에 뚝도 나루터에서 뚝도시장까지 250m거리를 음식점과 이색 점포, 노점, 놀거리로 채운다’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이들 청년상인들이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뚝도시장이 활어시장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꾸준하고 충분한 활어 공급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연평도 어민과 뚝도시장 상인, 성동구 주민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협동조합이 9일 뚝도시장 내에 활어를 보관할 수 있는 대형 공동수족관을 들인다. 23일부터는 월 2회인 입항 횟수도 월 4회로 늘린다.
김평선 성동구청 지역경제과 유통관리팀장은 “다음달 중 저장고와 냉동창고까지 완성되면 어패류와 건어물까지 직송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매주 일요일 아침에만 반짝 열려 놀이터처럼 인파가 붐비는 독일 함부르크 어시장처럼 뚝도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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