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직업 윤리 저버려…”
판사 비위로 10년 만에 대국민 사과
검찰도 개혁안 내놓은 지 엿새 만에
스폰서 부장검사 서울고검 전보 발령
감찰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검토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법부 수장이 법관 비위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검찰은 강도 높은 검찰 개혁안을 내놓은 지 불과 엿새만에 금품과 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현직 부장검사를 인사조치해 법원과 검찰은 침통한 분위기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법원장 33명이 모인 가운데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사건 관계인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부장판사가 구속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양 대법원장은 “(구속된 김 부장판사는)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가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실로 참담하다”며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관 전 대법원장이 1995년 2월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2006년 8월 조관행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세번째 대법원장 사과다.
법무부는 이날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모(46ㆍ예금보험공사 파견)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전보 발령했다. 대검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 대상자를 외부기관에 파견 상태로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대검 청사에 출근한 뒤 김 부장검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김 부장검사에 대한 의혹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법무부가 신속하게 인사조치를 한 것을 두고, 검찰이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대검이 감찰에 착수한 직후 김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인 피의자로부터 금품ㆍ향응을 받고 수사에 관여하거나 거짓 진술을 요구하는 한편 압수수색에 대비해 혐의가 포착될 만한 증거를 은폐하도록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추가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감찰본부도 김 부장검사에게서 형사처벌이 필요한 혐의가 발견될 경우 곧바로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60억원대 사기ㆍ횡령 혐의로 이날 구속된 피의자 김씨는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하고,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은 대검에서 이어갈 방침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당초 피의자가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했다는 사실 정도만 인지했고 사건 무마 청탁이나 스폰서 의혹은 지난 2일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타인 계좌를 이용한 금전거래 등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에 즉시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서부지검이 5월 대검에 보고한 내용은 김 부장검사와 사업가 김씨의 금전거래 의혹에 불과했고, 이를 보고 받은 대검 감찰본부는 사업가 김씨의 사건을 수사하던 서부지검에 부적절한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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