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잠재성장률은 자꾸 낮아지고
물가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
금리 조정 외의 정책수단 찾아내야
최근 열린 미연방준비제도 잭슨홀 회의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 화제 중 하나는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 곧 ‘자연금리’였다. 자연금리란 무엇이고, 그것이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이고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근접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유가 폭락 같은 경제적 충격도 없다고 본다. 자연금리란 이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 요인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금리(물가 상승률은 차감함)를 말한다.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바로 이 금리 수준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연금리는 어떻게 산출하는가.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과 장기 물가 상승률은 자연금리를 산출하는 주요 변수들이다. GDP 잠재성장률은 두 개의 핵심 요소에 의해 추산된다. 바로 노동력과 노동생산성이다.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은 낮은 출산율이 노동력 성장을 훼손해 왔다. 노동생산성 역시 투자나 새로운 혁신이 둔화하면서 점차 성장이 둔화해 왔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나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잠재성장률이 1.5~2.0%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에 더해 물가 상승률 기대치 역시 자연금리를 산출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Fed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0%이며, 한국의 목표치는 그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중앙은행가들에겐 실망스럽게도,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은 기껏해야 0%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상당 기간 실질 물가 상승률이나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자연금리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산출된다. 미국의 경우, 자연금리는 0%에 가깝고, 한국 역시 크게 높지 않을 것이다. 자연금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의 수준을 좌우하는 준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만약 기준금리가 자연금리에 비해 상당 기간 너무 높으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더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도 적정 수준을 밑돌 수 있다. 기준금리가 자연금리보다 상당 기간 너무 낮으면, 반대로 물가는 치솟고 경제엔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2001~2006년 사이 미국 기준금리는 자연금리에 비해 너무 낮았다. 그게 주택가격에 거품을 일으켰고,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낳았다.
자연금리가 0%에 가깝다면, 현재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는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앞으로도 기준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 경기침체기에는 자연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Fed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각각 3~4%포인트씩 인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금리가 이미 0%에 가깝기 때문에 향후 경기침체가 닥치면 기준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별로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예컨대 양적 완화(QE)나 마이너스 금리정책 등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금리를 올릴 방법이 있을까? Fed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한 멤버는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현재 2%로 설정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4%로 대폭 늘리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시장의 물가 상승 기대감을 높여 자연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물가 상승 기대감을 조작하는 것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자연금리가 낮은 상태에서는 향후 경제가 일시적으로 강해져도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중앙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고민하기보다는 달리 가동할 만한 정책적 선택을 연구해 나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한국은행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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