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검사에 청탁’ 알선수뢰죄
지속적 금품수수는 포괄적 뇌물
고교 동창으로부터 장기간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고 사건무마 청탁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모(46) 부장검사에 대해 대검이 고강도 감찰에 착수하면서 그의 형사처벌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60억원대 사기ㆍ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중ㆍ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씨가 수사선상에 오르며 자신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검찰에 포착되자 김씨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올해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씨에게 “(함께 간 술집이) 싱글몰트바이고 여자애들 한둘 로테이션해서 술값도 50만~60만원이라고 해주고. 작년 문 닫았다고…”고 진술할 것을 요구했다. 김 부장검사는 “동창들 거기서 몇 번 모였고 너도 나도 다른 간부급 동창 돌아가면서 술값 낸다고”라고 답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자신이 향응 제공을 받은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부장검사는 성매매 의혹 여부도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 김 부장검사는 SNS를 통해 “검사나 수사관이 조사할 때 너랑 나랑 술 먹은 거만 물어봤어, 아님 2차(성매매)도 갔느냐고 추궁했어?”라고 물은 뒤 “절대로 자네와 나 남았을 때 내가 한 30분 마시다가 다음날 아침 회의 있다고 12시 넘으면 먼저 갔다고 해야 해”라고 말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집과 사무실의 메모 등을 점검해 조치하라거나 휴대폰도 한번 더 교체할 것을 사정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감찰 시작되면 너도 심각해져. 무조건 신속하게 강하게 마칠 수밖에 없고”라며 자신의 요구에 따르도록 압박을 가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3월 김씨로부터 변호사인 박모씨의 아내 계좌로 1,000만원을, 한 술집 종업원 계좌로 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6월에는 김씨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소속 박모 검사와 그의 상관인 부장검사를 만나거나 전화로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김 부장검사에 대한 징계는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검사징계법은 검사로서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징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진경준 전 검사장처럼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해임되거나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찰 간부는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충분히 중징계 대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우세하다. 김 부장검사가 김씨 사건을 맡은 검사 등을 만나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면 김씨에게 받은 금품을 뇌물로 볼 수 있다. 형법상 알선수뢰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적용된다.
김 부장검사가 그가 지휘ㆍ감독하는 부서가 맡은 사건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다면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종합하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김씨가 장기간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금품을 챙긴 사실이 확인되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휴대폰 교체 등을 조언한 것을 사실상의 수사방해 행위로 보고 형사처벌 할 수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낸 지 닷새 만에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큰 상황이라 어떤 혐의로든 처벌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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