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 날아간 3발의 미사일
노동미사일, 스커드-ER 해석 분분
北 “완벽한 발사”, 日 “방어망 교란”
북한이 5일 발사해 1,000㎞를 날아간 3발의 탄도미사일을 놓고 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군은 기존 노동 미사일의 개량형 정도로 판단했지만 새로운 미사일인 스커드-ER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노동신문이 6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면, 미사일 탄두의 끝부분이 뾰족한 원뿔형이다. 끝이 약간 뭉툭한 젖병 모양인 노동미사일의 탄두와 차이가 있다. 또 발사 영상에 등장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 축은 4개로, 스커드 미사일에 사용되는 것과 같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전날 쏜 미사일 3발은 궤적이나 속도에 비춰 노동 미사일”이라며 “한미 양국이 이 같은 분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300여 발의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상태다. 새로운 위협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400여 발이 배치된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500㎞)은 노동 미사일(사거리 1,300㎞)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사거리가 짧아 비행궤적이 다르다.
하지만 북한이 발사장면을 공개한 이후 스커드-ER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군 당국은 “발사영상을 보면 스커드-ER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일본은 이미 2014년 방위백서에서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을 실전 배치했다”고 명시했지만, 아직 시험 발사가 확인되지 않아 우리 군은 인정하지 않는 무기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스커드의 탄두중량은 770㎏인 반면, 스커드-ER의 경우 탄두를 550㎏까지 경량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탄두가 작을수록 더 멀리 있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 1,000km의 스커드-ER은 북한의 후방 지역에 안정적으로 배치해도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주일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특히 이 미사일의 정확성과 안정성이 향상된 것이 위협적인 요소다. 3발이 모두 1,000㎞를 날아가 비슷한 장소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성능 개량된 탄도로켓의 비행 안전성과 유도 명중성을 비롯한 신뢰성을 재검열했다”며 “화성포병부대들의 로켓 실전운영 능력과 탄도로켓들의 전투적 성능이 완벽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지난달에 이어 북한 미사일이 또다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진 일본은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은 “같은 지점에서 3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우리 EEZ에 거의 동시에 낙하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확실히 향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여러 발을 동시에 같은 곳으로 발사한 것은 미사일 방어망을 교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요미우리 신문은 “복수의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면 이지스함 1척으로 대응하는 게 현격히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일본이 보유한 요격미사일 탑재형 이지스함은 4척뿐인데, 그나마 일부가 동중국해 감시에 투입된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규탄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보리가 신속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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