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내터널 구조자 12명에 경찰 감사패
SNS 통해 하루 만에 모두 찾아
어두운 터널 안 넘어진 버스에서 겁에 질린 유치원생들을 구해낸 영웅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부산경찰청은 8일 오전 10시 청사 7층 동백홀에서 아이들을 구조한 용감한 시민 11명과 유치원 교사에 대한 감사장 수여식을 가졌다. 감사장을 받은 시민들은 10대에서 60대, 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전도된 차량에서 폭발 등 2차 사고가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누군가는 조카 생각에, 또 손자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어린이들을 구했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 곰내터널 철마~정관 방면 300m 지점. 빗길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차량이 좌우로 한번씩 휘청이더니 이내 ‘쿵’하고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경찰에 이 사고를 가장 먼저 신고한 사람은 회사원 강성복(35)씨였다. 강씨는 “눈앞에서 차가 쓰러진 것을 보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하자마자 한 시민이 ‘아이들이다’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저는 조카 생각이 났다. 아마 다들 손자, 자녀, 조카를 떠올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호신(63ㆍ건설업)씨는 평소 건설현장을 오가는 덕에 트럭 안에 망치 등 장구를 싣고 다녔다고 한다. 마침 버스가 오른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앞문을 열 수 없었고, 그 순간 김씨의 망치가 빛을 발했다.
김씨는 “바로 뒤 1톤 트럭에서 사고를 목격했다. 차 안에 망치를 들고 다닌 덕에 바로 들고 나왔다”며 “도구가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김씨가 망치로 유리창을 깨자마자 회사원 신황수(50)씨가 앞장서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신씨는 “차 앞쪽에 있는 아이들은 운전기사가 안전벨트를 풀어서 데리고 있었고 유치원 교사는 놀란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다”며 “아이들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한 명씩 차량 밖으로 넘겨줬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유치원 교사의 다독임 덕인지 아니면 너무 놀란 탓인지 유치원 버스 안에서는 크게 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차 밖으로 걸어나오며 한 아이가 울었고, 긴장이 풀린 아이들이 잇따라 울기 시작했다.
사고 당시 상황은 당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화제가 됐고, 부산경찰청은 6일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용감한 시민 영웅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하루만에 모두 연락이 닿았다. 이들 중 8명은 부산 시민이었고, 나머지 3명은 업무상 이 곳을 지나다 구조에 동참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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