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수립 68주년인 9일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이를 중국에 사전통보했을 가능성이 점쳐져 주목된다. 최근 북한 외교라인 주요 인사들이 극비리에 연이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6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전격 방문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부 부부장도 베이징을 찾았다. 최 부국장은 6자회담 북한 측 차석대표로 북한 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김 부부장은 과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때마다 수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북한 최고지도부의 중국어 통역도 수시로 맡는 등 중국과의 인연이 깊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중국에 5차 핵실험 계획을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얼어붙은 북중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핵실험에 따른 중국의 반발 강도를 누그러뜨려야 할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4차 핵실험 당시 사전통보가 없었다는 점을 공개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이 중국 측에 핵실험 실시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는지, 두 사람 중 누가 중국 측과 접촉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 부국장이 지난 8일 북한으로 돌아갔고 당일에 김 부부장이 중국을 찾은 점을 들어 두 사람 모두 중국 측과 접촉했을 것이란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중국 측이 최 부국장을 사실상 비토하면서 북한이 김 부부장을 급히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논의할 창구로 외무성 부국장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중국 측 불만에 따라 노동당 부부장으로 창구가 바뀌었을 거라는 얘기다. 실제 김 부부장은 노동당 국제부에서 리수용 부장 다음 가는 고위급으로 꼽힌다. 이는 북중 교류가 정부 차원보다는 당 차원에서 훨씬 심도 있게 이뤄져 온 측면을 반영하는 설명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 사전통보 여부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최 부국장이 5차 핵실험 계획을 통보했고 김 부부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협의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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