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경고 없이 처음부터 직사”
與 “폭력 시위에 대응 불가피”
강신명 “무조건 사과는 부적절”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백남기(69)씨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지 304일 만에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여야는 각각 시위대의 불법폭력과 경찰의 과잉진압을 문제 삼으며 치열한 책임공방을 펼쳤다.
야당은 청문회 초반부터 이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책임을 물었다. 강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중태에 빠졌다면 사과해야 한다는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사과는 거부했으나 “백 농민과 가족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데 대해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 내내 눈물을 흘린 백씨의 부인 박경숙씨는 “얼굴 보고 (사과) 하세요”라고 외쳤지만 강 전 총장은 정면을 응시했다. 청문회가 정회됐을 때 강 전 청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경들에게 “고생이 많다”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으나 백씨의 가족들과는 끝내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씨를 향한 물대포가 경고조치 없이 처음부터 직사 살수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백씨를 조준한 충남 9호차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직선으로 시위대를 겨냥했다”며 “충남 9호차의 사용보고서에는 초기에 경고ㆍ곡사 살수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경찰이 과잉진압을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전ㆍ의경 부모 모임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내세워 당시 경찰을 포함해 주변에 피해를 끼친 폭력시위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시위대 일부는 차벽에 밧줄을 묶어 당기거나 쇠파이프, 각목, 망치 등으로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철호 의원은 “공권력이 사망하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생각해보자”며 2분 간 ‘무언(無言) 질의’를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현직 경찰 고위관계자가 제외되고 이미 물러난 전직들을 중심으로 진행돼 다소 맥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백씨 사건에 대한 초기 진술을 담은 내부 청문 감사 보고서의 제출을 거부하자 더민주 측이 국회법에 따라 이철성 현 경찰청장의 국회 출석 및 관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요구, 이를 반대하는 여당과의 충돌로 청문회가 지연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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