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가 많이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핵탄두 시설에만 선제적 공격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선제타격) 결정이 되면 자위권적 차원에서 충분히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국방부)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면, 예방타격 하겠다고 미리 공식 선언하고 실질적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국내 언론 매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북핵 위협에 대한 유력한 대응 방안으로 ‘선제 타격론’이 거론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징후를 보일 경우 우리가 먼저 북한을 때린다는 게 선제타격론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북한을 먼저 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이나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국제정치적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일까요?
대북 선제타격의 대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와 핵무기 사용 결정을 내리는 북한 지휘부입니다. 평양은 물론 미사일 기지가 위치한 다양한 지역이 타격 대상이 되는 만큼 우리 군의 미사일 전력이 총동원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거리 300km 현무-2A와 500km의 현무-2B, 1000km 사거리의 현무-3 등이 거론됩니다. 또 독일에서 수입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는 사거리 500km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가공할 정밀성을 갖춘 무기로 평가됩니다.
여차하면 북한 주요 시설과 지휘부를 ‘뭉개버릴 수 있는 화력’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 더욱 보강해 나갈 것이란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관건은 선제 타격을 결정할 근거로서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대북 정보력을 갖췄느냐 점입니다. 이 정보력은 선제타격 가능성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선제타격이 명분을 얻으려면 북한이 우리에 대해 조만간 핵공격을 가할 것으로 판단되는 정보들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증거 없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 아니라 예방전쟁(preventive war)으로 규정될 수 있습니다. 예방전쟁은 “저대로 뒀다가는 우리가 당하겠다” 싶은 상대국을 먼저 공격하는 행위로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침략전쟁’으로 간주됩니다. 1981년 6월 이스라엘이 별다른 명분도 없이 이란의 오시라크 원전을 공격한 게 대표적인 예방전쟁의 예로, 이스라엘이 지금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예방전쟁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이 곧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를 것이라는 군사외교적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군당국은 북한의 이번 5차 핵실험 징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야단치자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북한을 시시각각으로 감시한다고 해도 군사적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물며 핵무기 사용이라는 북한 지도부의 결단을 미리 인지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제타격이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큰 이유는 우리의 국제정치적 환경을 살펴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한국이 여차저차 미국의 동의를 얻었다고 쳐도 한미의 대북 선제타격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을 수반하게 됩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도 방방 뜨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의 평양공격을 두고 볼 리 없겠죠. 생각해보니 대북 선제타격이 이뤄지는 순간 미일과 중러가 동시에 개입되는 사실상의 세계 3차 대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반세기 동안 제기되어 왔었군요.
잠깐만 따져봐도 대북 선제타격은 한반도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습니다. 정부 안팎의 관계자들과 이야기 해봐도 그 분들 역시 선제타격론의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군 당국에서조차 선제 타격론을 유력한 대안인양 거론하는데, 알만한 분들이 왜 이러는 걸까요.
북한과의 협상ㆍ대화는 수년 간 뒷전에 뒀다가 북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자 온갖 충격요법으로 국민들의 우려감을 달래려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