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제 찾고 일부 친인척 집으로
긴급복구 파손주택 다시 '와르르'
문화재 20억 등 재산피해 106억
기와집 2000여 동 탈락 피해
새로 이을 瓦工 없어 애간장
일부 주민, 멀미 등 후유증 호소
텅빈 숙박업소… 짐 쌀 투숙객도 없어
파손 심해 휴교하는 곳도 발생
12일 경주 5.8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만인 19일 저녁 강력한 여진이 경주를 덮치자 주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일주일간 370여 차례 지속되던 여진이 잦아드는 시점에서 또 다시 강한 진동의 지진이 발생하자 일부 주민들은 진정제를 찾거나 아예 마을을 떠나 친척집으로 향하는 등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이모(50ㆍ경주시 황남동)씨는 “비가 그치고 무너진 기와지붕에 방수포 덮기 작업을 오늘 겨우 마쳤는데, 여진으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이제 정말 무서워 어디로든지 피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박모(50)씨는 “갑자기 심한 뱃멀미처럼 속이 메스껍고 토하려고 한다”며 “정말 이러다 무슨 큰 일이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진모(49ㆍ숙박업)씨는 “지진으로 연휴 장사를 망쳤는데, 이러다가 세금도 못 낼 판”이라고 걱정했고, 최모(70)씨는 “저녁 먹고 TV를 보다가 놀라서 식구들과 서천으로 긴급대피했다”고 말했다. 이날 밤 경주시 석장동 동국대경주캠퍼스와 시가지를 관통하는 서천 둔치 등에는 주변 고층아파트 주민들이 대거 대피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여진으로 접수된 큰 피해는 없지만 경주시 황남동과 내남면 부지리 등 기와가 떨어진 일부 주택에서 긴급 복구한 부분이 다시 훼손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대형 지진 발생후 여진이 장기화하는 특성상 앞으로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큰 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와 인접해 제법 큰 규모의 지진을 감지한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정모(39)씨는 “12일 지진으로 2층 양옥집 기와가 떨어져 임시로 복구했는데 그게 다 무너졌다”며 허탈해했다. 김모(43ㆍ여)씨는 “평소 심장이 약한데 지진발생 직후 남편에게 우황청심환을 사 올 것을 부탁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대구ㆍ경북지역 고교는 즉시 귀가시킨 뒤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이 안전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부선 대구 이남 일부 구간에서 운행중이던 상ㆍ하행선 고속열차(KTX) 등 열차 20대가 일시 정차했고, 대부분 열차가 한 동안 시속 30~90㎞로 서행 운행했다.
인근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신고가 속출했다. 오후 9시까지 부산 1,087건, 울산 1,000여건, 경남 1,200여건의 지진 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특별한 피해 접수는 없었지만 놀란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부산 사직동에 사는 김모(38)씨는 “집에 있는데 벽걸이 시계가 흔들렸다”며 “이게 지진이라면 너무 불안하다”고 했고, 부산 연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47ㆍ여)씨는 “지진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 해운대지역 고층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지진에 또 다시 건물이 흔들리자 긴급 대피하는 등 공포에 떨었고,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119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롯데의 경기에서 5회초 투수가 공을 던지는 동안 중계 카메라가 흔들리는 장면이 그대로 포착돼 생방송으로 전파를 탔다. 사직구장은 5회말이 종료된 뒤 전광판을 통해 지진 시 대응 방법과 대피 요령을 안내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면서 경기를 진행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지역 일반고와 특목고 등 104개교에 긴급 문자를 보내 우선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대피시키고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던 학생들을 교장의 재량하에 안전 귀가하도록 일괄 조치했다.
김해공항은 여진 발생 직후 시설 내부 점검에 들어 갔으나 항공기 운항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긴급 점검을 위해 생산라인 일부를 일시적으로 멈추기도 했다.
경주=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성웅 기자ㆍksw@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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