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이 전혀 모르는 가운데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출연 받은 공익재단이 만들어졌다면 의혹을 사는 건 당연하다. 엊그제부터 야권과 일부 언론이 문제삼고 나선‘K스포츠 재단’과 ‘미르 재단’논란이 바로 그렇다. 야권은 과거 전두환 정권시절 대통령 퇴임 후 활동용으로 수백억 원대의 기금을 조성했던 ‘일해 재단’ 사건에 견줄 권력형 비리를 의심하고 있다.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두 재단은 설립 배경과 주체, 절차, 출연금 모금 과정, 운영실태 등이 모두 의문투성이다. 미르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문화 교류행사와 문화 창조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며, K스포츠는 올해 1월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를 목적으로 각각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후 제시한 목적에 맞게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 없다. 두 재단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신청을 한 지 하루 만에 허가가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더욱 큰 의문은 두 재단이 거액의 출연금을 모은 과정이다. 단시간에 미르 재단은 486억원, K스포츠는 288억원을 모았다. 두 재단 모두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굴지의 19개 대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았다. 전경련이 두 재단의 취지에 공감해 모금을 주도했다고 하나 권력의 입김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개입설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모금 과정에 대해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나 정ㆍ경유착의 의구심을 털어 내려면 전경련과 관련 기업들이 모금에 참여한 계기와 배경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두 재단 설립과 운영에 박근혜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모친 육영수 여사 서거 등으로 힘겨워할 때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지난해 청와대 문건 파문에 휩싸였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기도 하다. 사적 영역일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그런 최씨와 이리저리 얽혀 구설에 오르는 게 좋아 보일 리 없다. 더욱이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두 재단에 개입했다면 대통령 주변 관리 측면에서 큰 문제다. 야권이 의심하는 대로 퇴임 후 활동과 관련한 박 대통령 의지가 작용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와 문화체육부, 전경련 등은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뚜렷한데 부인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근거와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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