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전농로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입양센터 답십리점은 ‘땡큐 센터’로 통한다. 유기와 방치, 학대 속에서도 살아 남은 동물들에 대해 고맙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개 45마리, 고양이 7마리가 살고 있다. 케어에서는 이들을 대부분 직접 구조한 동물들이기 때문에 유기동물이 아니라 구호동물이라고 부른다.
답십리점 안내 데스크에는 신체는 불편해도 성격만큼은 최고인 혼종견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올해 네 살로 추정되는 혼종견 바둑은 척추와 뒷다리, 눈 한쪽을 심하게 다친 채 구조됐다. 사고 당시 척추가 부러지며 눈이 튀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바둑은 뒷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휠체어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한 살 갓 넘은 백구 진돌은 주인이 두 뒷다리 발목 부분을 도끼로 잘라버려 평생 제대로 서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반긴다. 진돌과 비슷하게 생긴 백구 백곰은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허리가 굽고 뒷다리가 접힌 채 잔반을 먹으며 살다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곳 동물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지닌 채 구조돼 새 가족을 기다리며 생활하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유기견이 아니라 학대나 방치 속에서 구조된 중대형 혼종견들이 많아 입양비율이 50%정도로 높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입양비율을 올리기 보다 평생 함께 할 가족을 찾아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동물을 입양하려면 직접 방문 해 6장 분량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하고, 전화 인터뷰를 한 뒤 활동가들이 주거지를 방문해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컨대 물건을 씹는 성향을 가진 개를 입양하는 가정의 경우 화분이나 전자제품 등을 멀리하도록 권고하고 뛰어나가는 성향이 있는 개를 입양하는 집의 경우 안전문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김은일 케어 답십리점 팀장은 “펫샵이나 브리더에서 개나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며 “적어도 10년 이상 함께할 가족을 들이는 만큼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고 설명했다.
케어는 일손이 부족한 만큼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환영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 신청을 하면 개들을 산책시키거나 청소하는 일 등을 도울 수 있다. 케어 관계자는 “펫샵 거리로 통하던 충무로에도 사지말고 입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입양센터를 만들었다”며 “충무로 센터의 경우 소형견 17마리, 고양이 7마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케어의 입양센터 답십리점 동물들 영상 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