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담팀 꾸리고… 서약서 받고… 저녁자리 피하고… 신경 곤두선 공직사회
알림

전담팀 꾸리고… 서약서 받고… 저녁자리 피하고… 신경 곤두선 공직사회

입력
2016.09.25 20:00
0 0

잔뜩 움츠러든 대한민국

모호한 규정ㆍ해석 탓 혼란

“일단 단속은 피하자” 몸조심

문화ㆍ지역 축제도 위축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의 잘못된 청탁 관행을 바꾸기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변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규정과 해석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법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무원들은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예고된 대대적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새 법이 가져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이 전담팀을 꾸리고 부처별로도 내부 단속에 고삐를 당기면서 최소한 본보기(시범케이스)로 걸리는 일은 피하겠다는 게 한결 같은 생각이다.

타 기관 및 부처와 업무 협조가 잦은 기획재정부는 김영란법을 알리는 통화연결음(컬러링)을 제작했다. 예산실 직원 등 기재부 공무원에 부탁을 하려고 전화를 건 사람이 아예 얘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김영란법은 국정감사 기간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서 대접 받던 ‘공짜 밥’ 관행도 바꿨다. 권익위가 피감기관은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해 관계가 있다고 판단, 사교 등의 목적에 한해 예외조항으로 허용한 3만원 이하의 식사도 불가하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식사와 다과, 교통비 등은 국회 운영 경비에서 지출된다.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국감 뒤 저녁을 건너 뛰는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위 소속 한 보좌관은 “저녁 국감은 안 하거나 시간을 당겨 빨리 마무리 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곳도 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 홍보팀 직원 박모(35)씨는 “자체 판단으로 홍보 업무를 진행하다 김영란법에 저촉되면 회사 피해 금액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서약서에 며칠 전 서명했다”며 “몸을 사리는 게 최선”이라고 귀띔했다.

문화 축제와 지역 축제들도 체질 개선 중이다. 29일 개막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준비위원회는 그동안 지자체장, 공무원, 의원 등에게 제공하던 무료관람 ID카드 발급을 대폭 줄였다. 기자들에게는 취재카드를 발급하되 합계 5만원 이하 행사장 입장만 허용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다음달 열리는 국제영화제(BIFF) 개ㆍ폐막식 초대권을 일절 돌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축제를 통해 특산물을 홍보하는 일부 지자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송이 최대 주산지인 경북 봉화군은 이달 30일부터 열리는 봉화송이축제의 판매량이 급감할까 우려하고 있다. 축제기간 중 기업들이 50억원 가량 선물용으로 구입해왔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졸업 전 취학한 학생들에게 대체 과제물을 통해 학점을 주는 관행(취업계)이 부정청탁이라는 권익위 해석에 따라 학칙 개정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동료끼리도 ‘위험한’ 자리나 선물은 피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이자 단속권자인 경찰들은 “이해관계가 얽힌 동료와는 밥 한끼도 못 먹게 됐다”고 푸념했다. 현역 군인 김모(26)씨는 “상사가 진급을 해 관행대로 선물을 하려 했지만 받을 사람이 꺼려해 없던 일로 했다”고 전했다.

기업들도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딱 부러지는 해답을 도출한 곳은 없다. 현재로서는 ‘걸리기 전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만 분명한 상태다. 특히 마케팅ㆍ홍보 행사가 많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유통업계에서는 모든 언론사에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행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사람 만나는 게 주업무인 홍보팀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언론 홍보 범위 축소가 인력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